계엄 충격에 원화 실질가치 세계 두 번째로 약해졌다

BIS "지난달 실효환율 91로 뚝…64개국 중 日 엔화 이어 최저"월간 하락 폭 레고랜드 이후 최대…"정치 불확실성 반영"
한지훈

입력 : 2025.01.26 06:01:00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지난달 비상계엄 충격에 원화 실질 가치가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91.0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1.99포인트(p) 하락했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이는 기준 시점과 현재 시점 간의 상대적 환율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고 간주한다.

결국 원화 실질 가치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에서는 한국이 극심한 엔화 약세를 겪는 일본(71.3)에 이어 두 번째로 절대적인 수치가 낮은 상태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중 한국의 변동 폭(-1.99p)은 브라질(-3.94p), 오스트레일리아(-2.37p)에 이어 전체 64개국 중 세 번째로 컸다.

한국만 보면 이 변동 폭은 지난 2022년 9월(-2.92p)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기도 했다.

당시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까지 치솟았던 때다.

주요국 실질실효환율
[한국은행 제공]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외환위기 당시 68.1,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8.7까지 떨어진 적 있다.

근래엔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00선을 웃돌다가 이후 90 중반대를 맴돌았다.

미국 경기 호조로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 하락을 이끄는 흐름이 수년간 지속됐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들어 95선 아래로 내려온 지수는 10~11월 93을 웃돌다가 12월 들어 계엄 사태를 계기로 90 초반대까지 뚝 떨어졌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 당일 밤 1,442.0원까지 급등한 뒤 19일 1,450원을 넘기고, 27일에는 1,486.7원까지 치솟은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중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5.3%로, 전쟁 중인 러시아의 루블화(-6.4%)에 이어 주요 30개국 통화 중 두 번째로 큰 폭의 가치 하락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다른 나라 통화보다 유독 크게 떨어진 것은 상당 부분 정치 불확실성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펀더멘털에 비해 더 오른 걸로 분석된다"고 언급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실효 환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원화가 달러화뿐 아니라 다른 통화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는 뜻"이라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을 반영해 더 약세로 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특정 시점의 국가 간 실효 환율 비교는 노이즈가 커서 의미 있는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며 "우리의 주요 무역 상대국 중 관리 통화 환율 국가가 많아 원화만 시장을 반영하고 해당 국가들은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별 실질실효환율 추이(단위:포인트)
※ 국제결제은행(BIS) 자료.

구분2024년 11월2024년 12월변동폭
일본71.1171.310.20
한국93.0291.03-1.99
중국91.5191.600.09
노르웨이93.0892.39-0.69
스웨덴93.9594.070.12
프랑스95.6595.29-0.36
덴마크96.4295.61-0.81
러시아95.2295.860.64
룩셈부르크96.5096.12-0.38
캐나다98.3396.36-1.97
몰타97.7397.810.08
이탈리아98.3997.92-0.47
포르투갈98.2997.95-0.34
태국96.8898.211.33
브라질102.3298.38-3.94
대만98.8498.870.03
아일랜드98.9099.020.12
핀란드99.6899.05-0.63
이스라엘96.0899.213.13
모로코99.3699.470.11
그리스100.0199.67-0.34
사이프러스100.2699.90-0.36
독일99.9899.92-0.06
칠레100.46100.00-0.46
유로100.43100.01-0.42
말레이시아99.96100.130.17
스페인100.43100.38-0.05
인도네시아100.65100.40-0.25
슬로베니아101.36100.62-0.74
벨기에101.41101.24-0.17
스위스102.02101.42-0.60
홍콩100.69101.530.84
필리핀100.23102.031.80
네덜란드102.87102.36-0.51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03.26102.43-0.83
뉴질랜드105.22103.30-1.92
오스트리아103.22103.300.08
튀르키예103.32103.650.33
헝가리104.61103.91-0.70
인도104.60103.95-0.65
사우디아라비아103.41104.230.82
남아프리카공화국105.33104.40-0.93
아랍에미리트104.04104.800.76
콜롬비아103.05104.861.81
크로아티아105.32105.20-0.12
오스트레일리아108.39106.02-2.37
페루103.81106.022.21
라트비아108.24107.94-0.30
슬로바키아109.62108.60-1.02
북마케도니아110.77110.24-0.53
불가리아110.64110.54-0.10
영국111.53112.010.48
리투아니아112.97112.62-0.35
루마니아113.26113.01-0.25
미국112.50113.490.99
세르비아115.29114.92-0.37
싱가포르115.85115.84-0.01
아이슬란드116.28117.421.14
알제리118.05117.79-0.26
에스토니아118.60118.17-0.43
체코118.98118.75-0.23
멕시코119.20120.661.46
폴란드122.03123.181.15
아르헨티나145.47149.383.91
hanjh@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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