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지난 20일 ‘2024년 임금·단체협약’에 가까스로 합의하며 파업을 막았던 KB국민은행 노조가 이면 합의 논란에 휩싸였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20일 월급여의 250%에 해당하는 성과급과 200만원의 현금 지급을 골자로 한 임단협에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노조원들은 이보다 훨씬 큰 300%의 성과급과 600만원의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와 사측은 일단 합의된 250%+200만원을 발표해놓고 물밑에서 추가 협상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원들이 들어가 있는 단체채팅방에 ‘잠정 합의안은 나왔지만 더 받을 거니 기다리라. 대신 절대 외부에 발설하면 안된다’는 취지의 글까지 올라오면서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 논란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KB국민은행 측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20일 밝힌 250% 성과급과 200만원 현금 외에 2월 5일까지 추가로 월급여의 50%에 해당되는 우리사주와 100만원의 현금을 더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 추가로 300만원에 달하는 추가 현금성 보상도 지급할 예정인데, 이는 노사가 추가 협의를 거쳐 3분기 중에 방식을 확정짓고 지급하기로 했다.

결국 대외적으로 노사가 밝혔던 ‘250%+200만원’이 아닌 ‘300%+600만원’이 사실상 이번 임단협의 최종 합의안인 셈이다.

KB국민은행 노조는 2024년 임단협을 1월까지 끌고 가면서 강경한 모드를 유지해왔다. 초반 노조는 300% 성과급에 1000만원의 현금을 요구했는데, 사측 입장에선 작년 ELS(주가연계증권) 대량 손실로 인한 수천억원대 충당금 적립 이슈도 있었던데다가, 1등 은행 입장에서 ‘이자장사’를 하는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라는 프레임을 부담스러워하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상태였다.

그러나 이에 노조가 총파업 결의라는 카드로 맞대응했고, 실제 노조원 찬반투표 결과 95.59%의 압도적 찬성률로 쟁의행위가 가결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전반적 경제 상황이 극도로 어려운 상태에서 KB국민은행이 비교적 손쉽게 이익을 낼 수 있는 이른바 ‘이자장사’로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내고 막대한 성과급을 받아갔다는 여론이 사측 입장에선 부담스러웠을 수 밖에 없다. 작년 3분기까지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6179억원에 달했다. 더구나 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임단협을 마무리한 상태다.

결국 사측이 대외적으로는 커보이지 않는 성과급 지급으로 노조 달래기에 나선 후 추가 금액을 ‘조용히’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면합의라기보다는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해 발표하고, 이후 추가 합의를 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추가 성과급을 받게 된 KB국민은행 직원들조차 “이게 숨긴다고 숨겨질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합의 방식에 대해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