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쌓이는 지방…'시름' 커지는 지역 경제
부산·대구·울산·경남 '준공후 미분양', 전국 3분의 1 이상 차지건설·부동산 업계, DSR 완화·세제 감면 등 정부 대책 요구
허광무
입력 : 2025.02.09 07:33:00
입력 : 2025.02.09 0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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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대구·울산·경남=연합뉴스) 김용민 김선호 김선경 허광무 기자 =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비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 주택이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
부산·대구·울산·경남 등 영남권이 대표적이다.
특히 다 짓고도 분양하지 못한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이들 4개 지역에서 7천여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전체 물량의 3분의 1을 넘는다.
미분양 적체에서 비롯된 건설·부동산발 불황이 지역경제 전체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분양 해소에 숨통을 트일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대구 미분양, 전국 두 번째…부산 악성 미분양, 역대 최대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지역 미분양은 8천807가구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특히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천674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는데, 이는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2만1천480가구)의 12%에 달하는 수준이다.
부산은 아예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 1천886가구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194가구 증가했는데, 이는 기존 최대였던 지난해 10월 1천744가구를 넘어선 수치다.
신규 아파트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부산 강서구의 한 아파트는 공급 물량 61가구 모두 청약 미달 사태를 빚었다.
부산 북구 덕천동의 한 아파트는 특별공급 55가구 모집에 34가구만 신청해 평균 0.618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경남도 미분양 주택 5천347가구, 준공 후 미분양 1천775가구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울산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이 1천21가구로 전월보다 20가구 줄었지만, 미분양 아파트는 4천131가구로 한달 사이에 52.4%(1천420가구)나 급증했다.
이처럼 누적된 미분양 물량은 해당 사업을 추진한 건설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분양 수익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미분양 물량을 직접 소유하면서 중과세 부담까지 떠안는데, 이는 건설사의 폐업이나 부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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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신축 아파트보다 구축·전월세 선호…공급 늘지만 수요 없어 부산에서는 지난해 평균 아파트 분양가가 2천357만원으로 평균 아파트 매매시세 1천403만원보다 954만원 높아, 가뜩이나 공사비 상승 부담에다 미분양 주택이 쌓인 지방 건설사들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분양가가 높으면 지방 수요자들은 청약통장을 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 아파트 등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5년간 양도세 한시 감면 등과 같은 대책이 나와야 얼어붙은 미분양 시장을 조금이나마 녹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도 국내 석유화학 분야 최대 규모 건설사업으로 꼽히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사업으로 인구 유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미분양 물량 해소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숙소를 구하는 건설업체나 근로자 모두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보다는, 전월세로 구축 아파트에 입주하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서다.
여기에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도 현재 집값이 하락세라는 판단 아래 분양받기를 꺼리면서 '미분양 증가→건설경기 악화→부동산 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높은 금리와 건설비 등으로 분양을 미뤄왔던 건설업체들이 내년 말까지 울산에서만 약 1만7천가구에 달하는 신규 물량을 쏟아낼 것으로 보여, 미분양 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부동산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박해정 공인중개사는 "근래 입주한 아파트가 5천만원 안팎의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붙어 거래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고, 이는 신규 분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전월세는 품귀 현상을 보이는 데도, 분양 시장은 매우 차가운 상태로 유지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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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DSR 완화 여부 촉각…CR리츠 등 추가 지원책 요구 목소리도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정부에 요구,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DSR은 대출자의 소득과 원리금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규제로, 국민의힘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내수·건설경기 회복을 가로막는다고 판단해 이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요구에 "신중히 고려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건설·부동산업계는 DSR 규제가 완화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 미분양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더해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운영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 회사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에 법인 취득세 중과세율(12%) 대신 기본세율(1∼3%)을 적용하고, 취득 후 5년 동안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 배제하는 등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미분양 물량을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장기 임대 아파트로 전환하는 방안, DSR 외에 추가로 미분양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울산경남도회 관계자는 9일 "건설사들이 할인 분양 등 자구 노력으로 발버둥쳐도 한번 경기가 얼어붙으면 '백약이 무효'"라면서 "미분양 주택 취득자에 대한 세제 감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를 통한 유동성 지원 강화 등 후속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hk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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