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력 부족한데 2배 비싼 신재생 쓰느라…멀쩡한 원전 쉬게 했다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입력 : 2025.02.16 20:12:03
입력 : 2025.02.16 20:12:03
송전망 부족한데 신재생 늘려
원전 출력감발 요청 확 늘어
전력생산 감소분 1년새 2배로
전력망 확대법은 수년째 표류
원전 출력감발 요청 확 늘어
전력생산 감소분 1년새 2배로
전력망 확대법은 수년째 표류

지난해 원전을 강제 중단해 발생한 전기생산량 감소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송전선로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가 급증하면서 전력계통에 과부하가 걸리고, 봄·가을철 잦은 출력 제한을 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력망 확충이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특별법’은 국회에서 장기간 발목이 잡힌 상태다.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거래소의 출력감발(출력제한) 요청으로 지난해 17만838메가와트시(MWh)에 이르는 전력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구당 한 달 전력소비량 250kWh를 기준으로 약 5만7000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지난해 전력 감소량은 2023년 8만4314MWh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력거래소의 원전 출력제한 요청은 23회에 걸쳐 이뤄졌다. 이 기간 출력을 줄여 각 원전이 전기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낮춘 횟수만 74차례에 달한다. 한빛 원전과 한울 원전 등 국내 주요 원전은 작게는 42㎿부터 많게는 500㎿까지 출력을 줄였다. 원전 출력제한 시간은 최대 261시간에 달하기도 했다.

전력거래소의 출력제한 요청은 그동안 설날과 추석 연휴 등 전력 수요가 감소하는 기간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져왔다. 실제 2021년에는 설날과 추석 연휴 두 차례에 걸쳐 총 900㎿(새울 1·2호기)의 출력제한 조치가 이뤄졌고, 2022년에도 원전 출력제어는 설 연휴(새울 1·2호기, 500㎿)와 추석 연휴(새울 1호기·신한울 1호기, 200㎿)에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봄철과 가을철 주말까지도 원전에 대한 잦은 출력감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봄에만 5차례의 총 3580㎿에 달하는 원전 출력제한 조치가 나왔고, 지난해 가을에도 총 세 차례에 걸쳐 원전 출력을 줄였다.
최근 봄·가을철 출력제한에는 한빛 원전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 설비는 2020년 6.2GW에서 최근 11GW까지 늘어났는데, 송전망을 공유하는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가 원전의 출력제한 조치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원전보다 2배 이상 비싸다는 데 있다. 송전 제약에 따른 원전 출력 감소분을 대체에너지로 채우게 되면 한국전력은 비싼 값에 전기를 사서 공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한전은 원전 전력을 kWh당 65.82원을 주고 구입했는데, 재생에너지 전력은 구매 단가가 136.62원에 달했다.
결국 궁극적인 해결책은 송전망 확충에 있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한전이 도맡고 있는 전력망 확충 사업들은 평균 4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동해안-신가평 500㎸ 초고압직류 송전선로는 준공까지 15년이 걸렸고, 345㎸ 당진화력-신송산 송전선로도 10년이 걸렸다.
현재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른 전력망 사업은 1385건인데, 이 중 54%는 사업 준비 단계에 있고, 17%은 입지 선정 단계다. 예상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전력방법)이 발의됐지만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력망법은 21대 국회에서는 폐기 처리됐고, 22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재발의됐지만 여야의 정쟁에 밀려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계통 설비 과부하에 대한 예상은 오래전부터 예상이 돼 왔던 문제”라며 “지금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송전망 확충에는 2~3년이 걸릴 가능성이 큰 만큼 정치권의 조속한 협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용어설명
▶ 출력감발 : 발전소 주요 기기의 고장이나 손상을 막기 위해 발전기 정격용량을 줄여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원전 출력은 100% 전출력 운전에 최적화돼 있는데, 이를 임의로 낮출 시 원전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 출력감발 : 발전소 주요 기기의 고장이나 손상을 막기 위해 발전기 정격용량을 줄여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원전 출력은 100% 전출력 운전에 최적화돼 있는데, 이를 임의로 낮출 시 원전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