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11번가 IPO할까 매각할까 '고심'
입력 : 2023.03.16 15:12:37
제목 : SK스퀘어, 11번가 IPO할까 매각할까 '고심'
4월까지 상장 예심청구 여부 '촉각'…밸류에이션 하락 부담[톱데일리]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가 자회사 포트폴리오 활용 방안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기업공개(IPO) 중심의 자금 조달 방식에서 지분 매각으로 전략 수정을 가하면서, 상장 기한이 임박한 11번가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에 대한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16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현재 보유 포트폴리오 중 이커머스 기업 11번가를 활용한 자금조달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IPO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11번가를 기존 방안대로 상장하는 것과 투자자를 찾아 지분 매각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앞서 SK쉴더스 사례에서 먼저 확인됐다. SK스퀘어는 이달 초 SK쉴더스 지분 28.8%를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의 글로벌 투자사 EQT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 대주주 지분까지 사들이면서 지분 68%까지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고, SK스퀘어는 2대주주(32%)로 내려왔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IPO로 자금 조달을 하겠다 던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사실상 지분 매각 방식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SK쉴더스 지분 매각으로 SK스퀘어가 얻은 실탄은 8646억원이다. SK쉴더스가 SK스퀘어 밑에서 몸값이 3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70% 상당의 수익률을 낸 셈이다.
11번가는 SK스퀘어의 커머스 부문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다음 순번으로 IPO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이후 콘텐츠웨이브와 티맵모빌리티로 이어지는 IPO 릴레이를 완주하기 위해서라도 상장을 성공시켜야 하지만, 이미 지난해 상반기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상장 길부터 막힌 상태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이달 초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에서 11번가의 매각 가능성을 암시한 상태다. 박정호 부회장은 "재무적 투자자(FI)와 약속한 시간에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11번가도 마찬가지"라며 "11번가도 SK쉴더스 처럼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IPO 성사를 위한 시간적 여유는 촉박하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고 올해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 골드만삭스를 대표주관사,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당장 큰 걸림돌은 하락한 기업가치다. 앞서 11번가는 FI들의 투자 과정에서 4조원 가량의 기업가치를 원했지만 2조7000억원을 인정받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는 1조원 수준으로 기업가치가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1번가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는 단계에서 멈춘 상태다.
통상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하면 심사 승인과 상장까지 4~6개월 가량 소요된다. IPO를 한다면 일정상 늦어도 4월까지는 예심청구에 들어가야 한다. 11번가가 FI와 약속한 엑시트 시점이 임박한 정황상 IPO 추진을 한다면 예비심사 준비가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11번가보다 먼저 상장을 추진하던 이커머스 기업들이 최근 줄철회를 하면서 IPO에 회의적인 시각이 커진 것도 부담 요소다. 지난 1월 컬리가 상장 연기를 공식화했고, 오아시스마켓까지 지난 달 중순 상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상장을 추진하던 SSG닷컴도 관련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적자 기업인 11번가를 계속 품는 것도 SK스퀘어에겐 리스크가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 1515억원으로 전년(694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 11번가는 2018년 SK스퀘어(옛 SK텔레콤) 자회사로 합류한 이후 2019년(19억원) 한 번 말고 계속 적자를 냈던 기업이다. 지금까지 누적 적자만 2971억원에 이른다.
11번가는 SK스퀘어 자회사들 중에서도 수익 효율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지난해 기준 11번가 매출은 7890억원으로 SK쉴더스(1조7928억원) 다음으로 많았지만 이익 실현 차원에서 보면 순손실 1038억원으로 적자폭이 컸다. 순손실률 기준 티맵모빌리티(80%), 원스토어(15%) 다음인 13%다.
일각에선 IPO 여부와 관계 없이 차라리 11번가를 매각하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인 수익 개선이 어려운 동시에 이커머스 시장 특성상 치열한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어서다. 지난해 적자폭이 커진 것도 익일배송 '쇼킹배송'을 슈팅배송으로 리뉴얼하고 직매입 상품군 대폭 확대 등 투자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쿠팡과 네이버 등이 규모의 경제를 이룬 이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의 열악한 입지도 성장 지속성에 대한 의문으로 남는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네이버(17%), SSG닷컴·G마켓 등 신세계 계열(15%), 쿠팡(13%), 11번가(6%), 롯데온(5%) 순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FI와 약속한 스케줄이 다가옴에 따라 꼭 IPO가 아니더라도 다른 투자 유치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매각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의 가능성은 열려 있고 한두 달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식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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