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7년만에 지방 그린벨트 규제완화 환경평가 1·2등급지까지 포함 비수도권 전략산업 15곳 선정 124조 생산·38만명 고용 기대 최상목 "글로벌 전쟁 격화 지역서부터 변화 이끌어낼것" 태안~안성 민자고속도로 등 지역 프로젝트 인허가 속도
◆ 지역투자 활성화 ◆
정부가 17년 만에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대대적으로 풀어주기로 한 것은 지역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정부 내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더 지체할 경우 국내 투자 활성화는커녕 중소·중견기업들이 해외로 썰물처럼 이전할 수 있어 정부의 전폭적인 기업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지역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글로벌 산업 전쟁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맞춰 규제와 지원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하고, 특히 지역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책의 핵심은 비수도권 15개 사업을 그린벨트 해제 총량을 적용받지 않는 국가·지역전략사업으로 선정한 것이다. 부산 제2에코델타시티, 광주 미래차 국가산단, 대전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울산 수소융복합밸리 산단 등이다. 투자비는 총 27조8000억원에 달한다.
부산권 선정 사업은 강서구 제2에코델타시티와 트라이포트 물류지구, 해운대 첨단사이언스파크 등 3곳이다. 주거와 상업·업무, 산업·물류 공간을 복합적으로 조성하는 제2에코델타시티는 사업비가 11조3143억원에 이른다. 첨단사이언스파크 사업비는 3조3000억원, 트라이포트 물류지구는 1조5301억원으로 부산 지역전략사업비만 16조원이 넘는다.
이번 대책으로 해운대구 53사단 일원, 강서구 김해공항 서측 일원, 강서구 송정·화전동 일원 등 약 17㎢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부족했던 개발 가용용지를 확보해 혁신 산업 육성, 신성장 산업 유치 등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울산권에서 선정된 지역전략사업은 수소융복합밸리 산단(9709억원), U-밸리 일반산단(1조423억원), 성안·약사 일반산단(3268억원) 등 3곳이다. 창원과 울산권에서 지역전략산업이 많이 선정된 건 환경평가 1·2등급지 비율이 창원 88.6%, 울산 81.2%로 특히 높아 그간 개발 용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에 선정된 사업은 사업계획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크다. 환경평가 1·2등급지를 포함하고 있어 기존 제도로는 원칙적으로 추진이 불가능한 사업과 지방자치단체의 그린벨트 해제 총량이 부족한 사업도 5곳 포함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상 거래 등을 지자체와 함께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관계기관 협의, 예비타당성조사 등 관련 행정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역에서 추진하는 3건의 프로젝트도 인허가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우선 사업비 총 2조7800억원 규모의 태안~안성 민자고속도로 추진을 지원한다. 충남에서 유일하게 고속도로가 없는 태안과 경기 안성을 연결하는 94.6㎞의 왕복 4차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국토부에 민자사업 제안서가 접수됐다. 현재 민자 적격성 조사 의뢰를 위한 심의 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다음달 중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전남 신안에 2033년까지 총 19조원이 투입되는 해상풍력 집적단지 조성 사업도 다음달까지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남 거제에서는 기업혁신파크와 연계한 관광단지 조성을 돕는다. 현재 거제도는 해양 관광 활성화 사업을 위해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기술패권 전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1조원 이상의 과학기술혁신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인공지능(AI), 양자, 바이오, 차세대 원자력, 우주항공해양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관련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