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中양회 키워드는 '민영·소비·AI'…특별국채 900조 전망도

CPI 20년 만에 최저치 2% 예상…노인·보육 등 내수 촉진책 확대될듯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언급 기대…올해 5개년 계획 마무리양회 개막일에 10% 추가 관세 때린 美, 중국 맞대응책도 주목
권숙희

입력 : 2025.03.01 07:00:07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가운데 내달 초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민영경제 안정', '소비 촉진',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강화'를 이번 양회의 3대 키워드로 꼽았다.

또 중국 정부가 지난해와 동일한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세우고, 최대 900조원의 특별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또 부과하기로 한 날이 양회 개막일과 맞아떨어지는 만큼 이와 관련한 맞대응책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민영기업 좌담회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 목표 성장률 작년과 같은 5%·재정 적자율 4%로 증가 전망 중국의 양회, 즉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국정자문기구)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는 각각 다음 달 4일과 5일 개막한다.

중국은 매년 3월 개최하는 양회를 통해 전년도 한 해에 대한 종합적 보고와 평가를 하고 향후 추진할 경제 성장 목표와 주요 분야 정책 등을 발표하는데, 이를 통해 대내외 홍보 효과도 노린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5%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의 주요 증권사와 금융기관들은 전망했다.

앞서 각 지방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분석한 결과 평균 목표치는 5.3%로, 지난해(5.4%)보다 소폭 낮아졌다.

31개 성(省)·자치구·직할시 중에서 1곳은 상향 조정, 15곳은 유지, 15곳은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베이징(5.0% 내외)과 상하이(5.0% 내외)가 설정한 경제 성장 목표가 대개 중앙 정부와 일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역시 '5% 성장 목표'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각 지방정부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를 보면 중국 정부는 올해 CPI 목표를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 미만인 2%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실제로 20년 만에 가장 낮은 CPI 목표치를 내놓게 되면, 수요 둔화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중국이 올해 역대급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 적자율은 4%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채 발행 등을 반영한 '광의 재정 적자율'은 사상 최고치인 9%까지 늘어날 수 있다.

특별국채 발행 규모를 최대 900조원까지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 중신증권은 보고서에서 "올해 적자율은 4%로 증가할 수 있다"면서 "신규 특별채권 규모는 4조2천억위안(약 830조원)에서 4조5천억위안(약 900조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이 작년 말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3조 위안(약 592조원) 상당의 특별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것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딥시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 '기술 자립' 기조 강화 속 민영기업에 대한 지원 기대 중국 경제매체 이차이는 궈성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슝위안 팀의 올해 양회 주요 전망을 소개하면서 "큰 틀은 지난해 중앙경제공작회의의 기조를 이어가되 민영경제 안정, 소비 촉진, AI 등 기술 강화 등이 강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7일 이례적으로 중국의 주요 민영기업 수장들을 불러 모아 좌담회(심포지엄)를 개최했다.

7년 만에 열린 이번 자리에는 올해 1월 세계를 놀라게 한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과 그간 중국 정부에서 탄압받아온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까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왕촨푸 BYD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왕싱싱 유니트리 회장, 반도체 거물 웨이얼반도체의 창업주 위런룽 등 중국의 빅테크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민영기업들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독려했는데, 이러한 분위기 속에 중국 정부도 나서 AI와 반도체 등 핵심 첨단 기술 분야의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각종 제재로 중국이 '기술 자립'의 중요성을 보다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거나 규제를 풀어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이차이는 전했다.

지난달 5일 국무원 제7차 전체회의에서 나온 "관례를 깨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미루어 이전보다 훨씬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이 나올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기존에 추진해온 자동차 구매 보조금이나 가전제품 교체 보조금 등을 확대하고 새로운 대규모 지원책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여 곳의 지방 정부들이 올해 업무 보고에서 기존 소비 촉진책 외에 보건, 노인 돌봄, 보육 등 사회보장 분야의 지원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중국 국영 투자은행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분석했다.

중국 인민은행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 지급준비율·금리 인하 관련 언급 주목…대미 대책 논의도 관심 중국은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재정 적자율 인상과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 증대 등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지급준비율·금리 인하 등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올해 경제 정책 방향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지난 2월까지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시장 예상대로 4개월 연속 동결하면서 양회에서 관련 언급이 나올지 주목된다.

현재 분위기는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가 조금 늦어질 수는 있어도 결국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적으로는 지준율 인하가 금리 인하보다는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인하 시점은 양회 이후 2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중신증권은 분석했다.

5년째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이 더 이상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안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시장을 회복시킬 묘안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또 올해는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제15차 5개년(2026∼2030) 계획' 관련 논의가 어느 수준에서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달 19일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제15년차 5개년 계획 수립에서 AI 발전을 중점에 두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양회 개막일인 4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고로 중국에 대해 10% 추가 관세 부과가 예정된 날이다.

올해 초까지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 평균 약 25%의 관세율이 적용됐는데, 지난달 4일 10%의 추가 보편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0%를 더 매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합성마약(펜타닐) 문제가 해결되거나 크게 개선될 때까지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양회에서도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비롯한 대(對)미국 관계에 대한 대책 논의가 보다 비중 있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suki@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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