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 회생신청 열흘전 단기채 70억 발행 … MBK 모럴해저드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

입력 : 2025.03.05 17:52:22 I 수정 : 2025.03.06 18:04:37
홈플러스 채권투자자 수천억 손실 위기
6% 금리 올해만 745억 발행
개인투자자도 수백억 손실
국민연금, 변제권 3순위
대규모 손실 볼 가능성
카드매출 채권도 3900억 발행
MBK측 "빚보다 자산 많다"
업계 "자구책 먼저 내놨어야"
MBK, 감사도 자사 출신 배치
폐쇄적 운영방식이 위기 키워






국내 2위 마트체인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돌입 후폭풍이 거세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신청 열흘 전까지도 수십억 원 규모 단기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돼 기관·개인 가리지 않고 투자자 손실이 우려된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21일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를 7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만기는 6개월이었다. 이후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즉각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회생신청 직전까지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단기 운영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 들어서만 745억원의 CP·전단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오는 4~8월에 분산돼 있다.

CP와 전단채는 신영증권, 한양증권, BNK투자증권 등이 발행해 타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매도했다. 당초 신용등급이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금리가 6%대로 높았다.

금융권에서는 대부분 물량이 일반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부문에서 판매된 것으로 추정한다. 리스크가 높아 투자 가이드라인이 엄격한 대형 기관이 구매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기가 남아 있는 유동화증권 잔액은 5000억원에 육박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발행한 홈플러스 대출채권(ABCP, AB단기사채) 1040억원, 매출채권 3900억원이 지난 4일 기준으로 남아 있었다.

홈플러스는 기업 회생을 신청하기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3개월 만기 매출채권 820억원을 발행하기도 했다. 홈플러스가 현대카드, 롯데카드에 지급할 카드대금을 채권 투자자가 대납하는 구조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는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3000억원 규모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재융자)을 통해 은행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받은 인수금융 대출을 차환한 바 있다. 메리츠금융 등에는 확실한 담보를 제공해 손실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기관과 개인 등 소액 투자자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구조를 짠 것이다. 변제권 순위에 따라 채권 투자자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투자자들도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MBK는 2015년 9월 국내 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투자금액 총 6조원 중 7000억원을 홈플러스를 인수할 목적으로 세운 SPC(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통해 조달했다. 당시 RCPS 발행 조건은 만기 5년에 배당 3%, 만기이자율(YTM) 연복리 9%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6000억원, 나머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1000억원 내외로 해당 RCPS에 투자했다.

홈플러스는 향후 '담보채권자-무담보채권자-SPC가 발행한 RCPS 투자자-SPC에 출자한 기관투자자' 순으로 변제권을 갖게 된다. SPC 투자자 및 출자자는 기본적으로 홈플러스 지배기업인 SPC에 투자한 것이어서 채권자에 비해 후순위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상황(EBITDA 대비 이자보상배율 0.7배)이기 때문에 홈플러스가 향후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에게 지급한다면, 담보채권자인 메리츠금융 이외에는 상당수가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있는 RCPS 투자자(국민연금 등)와 SPC에 에퀴티 약 2조5000억원을 출자한 기관투자자 상당수가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BK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부채보다 자산이 많아 금융채무의 원금이 손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생절차를 통해 이자나 임차료 지급 등 금융채무가 한 달만 유예돼도 상거래를 통해 1000억원 수준의 잉여현금이 쌓이는 만큼, 회사가 정상화되면 변제 순서에 따라 채무가 지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운영이 정상화되면 향후 홈플러스 기업가치도 높아지면서 국민연금 등 투자자에게 배당, 자산 매각 등의 형태로 돈을 돌려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홈플러스 노조는 "대주주 MBK의 무책임한 경영으로 홈플러스를 완전히 망가뜨린 것"이라며 정부 개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홈플러스 경영 위기는 MBK의 탐욕이 낳은 비극"이라며 "MBK는 홈플러스의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RCPS에 대한 배당을 지속적으로 챙겨왔고, 1조원 투자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사실상 홈플러스를 버리고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해왔다"고 지적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급작스레 기업회생절차부터 신청한 것은 더 손해 보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의 전형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MBK의 폐쇄적 운영 방식이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MBK는 경영뿐 아니라 감사직까지 자사 출신 인사인 천준호 매니징디렉터와 김광일 부회장을 배치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주주가 감사를 지명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홈플러스는 재무구조도 안 좋고 상당히 큰 규모의 영업손실이 여러 회계연도에서 발생해 눈여겨보고 있었다"면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같은 경우 정상 결제된다고 하더라도 태영건설이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처럼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 챙겨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사모펀드(PEF)의 기업 인수에 대해서는 변화를 가할 것임을 예고했다.

[명지예 기자 / 나현준 기자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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