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큰일 터질 수도”…심상치 않은 건설·화학·배터리 위기설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홍순빈 기자(hong.soonbin@mk.co.kr)

입력 : 2025.03.07 00:00:02 I 수정 : 2025.03.07 00:41:35
올해 7곳 신용등급 하향…제2 홈플러스 사태 오나

투자 등급 최하위 A3 단기채
홈플러스 사태후 시장서 외면
은행권, 배터리업종 대출 자제
대기업도 자금조달 난항 겪어

중소건설사 줄줄이 법정관리
부채비율 200% 넘는곳 수두룩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사진 = 홈플러스]
홈플러스 사태가 다른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로 확산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높고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있는 기업들이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

업황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건설, 화학, 배터리 업종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추가 조정되면 자금경색으로 연결될 수 있다. 자산 매각·유동화가 어려운 기업들은 비유동자산이 많아도 자금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금융권에서는 2024년 사업보고서 발표로 숨겨진 부실이나 부채가 드러나는 오는 4월과 신용평가사의 정기 평가 결과로 새로운 신용등급이 나오는 5~6월을 고비로 보고 있다.

글로벌신용평가사 S&P는 지난 4일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을 대규모 자본지출과 차입금 부담을 반영해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내렸다.

국내에서는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신용등급 전망 평가를 내린 기업 중 ‘긍정적’ 전망은 10개였는데 ‘부정적’ 전망은 20개에 달했다.

신용등급 A- 기업 중에 여천NCC와 에코프로가 한기평으로부터 작년 12월 부정적 전망을 받았다. BBB+ 신용등급 기업으로는 효성화학이 작년 한신평으로부터 부정적 전망을 받았다.

홈플러스처럼 투자 등급이었던 회사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당분간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이 A3 등급 회사채 외면으로 이어져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A3 등급은 회생 직전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으로, 투자 등급 중 가장 낮은 것에 속한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이후에는 건설사인 유진기업, 패션기업 이랜드월드 등이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 자금을 발행했다. 이들 기업은 기존에도 꾸준히 단기 자금을 조달했던 곳이다. 이밖에 A3 등급 잔존물로는 중흥토건, 동부건설, 메가박스중앙, 대한해운 등이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메자닌 발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행된 주식 관련 사채(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는 약 9254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메자닌은 신용도가 낮은 중소형사가 주로 활용하는 자금조달 수단으로,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 발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은 줄이고 대기업 대출에 집중해 왔다.

이 때문에 LG화학까지도 교환사채(EB) 발행을 검토할 정도로 현재 제1금융권, 회사채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은행권에선 배터리를 위험산업 업종으로 분류하고 신규 여신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상환 부담까지 있는 화학·배터리 업종은 현금흐름을 위해 자산 매각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그래도 화학 업종은 리스크가 거의 노출된 만큼 돈이 안 들어오는 건설 업종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되고 중소 건설사들의 법정관리·워크아웃이 계속 나오면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철강구조물 전문 건설업체인 거흥산업도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6일 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냈다. 1993년에 설립된 거흥산업은 오피스빌딩, 주거시설, 산업용 플랜트의 기초가 되는 철강 구조물을 전문으로 만다는 업체다. 최근까지 수도권 일대 오피스텔, 물류센터 등의 공사를 진행해왔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가 현실화되고 채권단에서 중도금 보증 이행청구가 들어오면서 자금난을 겪었다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회사가 많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한화가 611%, 코오롱글로벌 560%, HJ중공업 498%, HL D&I 261% 수준이다.

다만 유통업계는 홈플러스와 같은 급격한 신용 강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단기 신용등급의 경우 신세계와 롯데쇼핑이 A1, 롯데하이마트와 신세계디에프는 A2다. 이랜드리테일은 A3지만 모기업의 지원이 가능하며 부채비율은 130% 수준이다.

회사채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신규 발행 회사채의 만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 조달 스케줄은 점점 타이트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일반 회사채 중 만기가 1~3년인 비중이 3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26% 수준에서 급증한 것으로, 기업들이 장기채보다는 단기채 발행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회사채 잔액을 살펴봐도 지난해 1~3년 미만의 단기 회사채는 총 7조9200억원 순발행됐지만, 3년 이상의 장기 회사채는 6조원 이상 순상환됐다. 투자자들이 금리 변동성에 대한 우려 속에서 장기채보다는 단기채를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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