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맞서 선제대응했더니…주가 오르고 미래먹거리 찾았다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5.03.09 17:55:51 I 수정 : 2025.03.09 23:58:12
적극적 자산 효율화로
주주가치 높인 日기업
올림푸스·삿포로홀딩스 등
경영개선 요구에 먼저 '행동'
신규 핵심사업 적극 키우고
잉여 부동산은 과감히 팔아
자산매각 꺼리는 韓 기업들
행동주의 펀드 방어하려면
그들처럼 과감히 움직여야




◆ 행동주의 공습 주의보 ◆





일본 광학기업 올림푸스. 2017년 미국 행동주의펀드 밸류액트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 밸류액트캐피털은 올림푸스 지분 5%를 확보하자마자 파트너인 로버트 헤일을 이사회로 진입시켰다. 이후 올림푸스는 2020년 20년간 영위해오던 디지털카메라사업을 매각하고, 2022년에는 회사의 모태였던 현미경사업부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에 넘겼다. 그리고 수익성 높은 내시경 사업에 집중하면서 2019년 이후 올림푸스 주가는 3배 가까이 올랐다. 일본은 지난 10여 년간 광범위한 행동주의 캠페인을 경험하며 기업들이 총주주수익률(TSR) 중심의 경영관리체계를 확립해왔다. TSR은 주가 상승분과 배당 수익을 결합해 실질적으로 회사 주주들에게 투자 대비 돌려준 가치를 나타낸다. 기업이 수익을 일구면서도 그 성장이 지속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행동주의에 취약한 기업은 업계 평균이나 경쟁사에 비해 TSR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상당수가 매출에 기여하지 않거나 미래 가치로서 멀티플을 높여주지 않을 사업과 비영업 자산을 과하게 끌어안고 있는 경우다.

행동주의에 경각심을 가질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 일본은 소니, 올림푸스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맥주로 잘 알려진 삿포로홀딩스는 2023년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3D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로부터 경영개선을 요구받았다. 3D 측은 삿포로가 부동산사업 이익을 숨기기 위해 핵심사업인 주류와 식음료 부문 저수익성을 방치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리고 삿포로홀딩스 부동산 가치를 약 40억달러로 평가하며 자산 매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삿포로홀딩스는 지난해 2월 도쿄 에비스가든플레이스와 긴자 등에 보유한 부동산 매각 검토 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매각으로 얻은 자본은 맥주사업 인수·합병(M&A)에 활용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일본 소재기업 레조낙(구 쇼와덴코)은 행동주의 캠페인의 타깃이 됐던 건 아니지만 2019년 히타치케미컬을 인수한 이후 여러 비핵심사업을 매각했다. 히타치케미컬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2020년 발표한 '신규 통합 기업 장기 비전(2021~2030)'에 따라 지난해 9월 재생의학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부문을 미국 헬스케어 전문 투자회사 알타리스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2200 선에 머물던 레조낙 주가는 현재 3500 선을 웃돌고 있다. 조정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기업 스스로 행동주의처럼 먼저 생각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모든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023년 말 상장폐지된 일본 대표 기업 도시바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행동주의펀드 공격을 받는 경우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TSR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BCG에 따르면 행동주의 공격을 받았던 기업 가운데 75%는 1년 이내에 TSR이 오히려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행동주의 위협에 앞서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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