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이제 한국도 '관세표적'…트럼프 1기와 다르다?

美 주가 급락·침체 우려 감수하고 강행 의지 천명한미 실무협의 협상전략에 만전 기해야
김지훈

입력 : 2025.03.13 06:29:00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가 12일(현지시간) 개시되면서 한국도 트럼프 관세 폭탄의 사정권에 들어섰다.

그동안 중국이나 캐나다,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가 불법 마약이나 불법체류자 유입을 막는 명분이었다면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특정 품목과 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자국산업 보호라는 관세의 본질적 목적에 더 근접한 조치다.

우리는 미국의 8위 무역적자 대상국임에도 트럼프 2기 출범 후 첫 관세 대상 국가 명단에선 빠졌지만 품목별 관세가 시작된 이상 더는 뒤로 숨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우리의 대미 수출품 중 트럼프 2기의 첫 타깃이 된 철강업계는 극심한 업황 부진을 겪고 있어 불안감이 크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국내 철강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 철강업체들의 저가 공세에다 미국 관세까지 부과되면 어려움이 가중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각국 철강업체가 똑같이 관세를 적용받는 데다 무관세 쿼터가 사라져 수출량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 철강업체들은 돌릴수록 적자인 일부 공장을 세우고 감산에 나서거나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을 받는 등 비상 상황에 돌입한 상태다.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앞으로 자동차·반도체·의약품 관세나 비관세장벽까지 감안한 상호관세 부과도 예고돼 있으니 우리를 향한 관세 공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국 경제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경쟁력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으로 미국은 검역부터 통관, 업계 관행까지 많은 부분을 문제 삼으며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 크다.

이미 미국 축산업계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한 우리 검역 규정을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지목했고 미국 철강업계나 영화업계 등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픽] 한국 대미 철강 수출량 추이

특히 트럼프가 미국 주가 급락과 물가 상승, 경기 하강 등 최근 나타나고 있는 관세전쟁의 역풍을 개의치 않고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가 하락과 관련해 "난 시장을 보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발언이나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트럼프 풋(Trump put·주가 방어를 위한 개입)은 없다"는 발언은 일정 부분 관세 전쟁의 부작용을 감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특히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도 '과도기(Transition)'로 치부하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은 주가나 자국내 경기 동향에 상당히 신경쓰던 과거 1기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1기 때보다 더욱 강경하고 치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발언처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주의 화살이 한국을 조준하기 시작했으니 이젠 협상의 시간이다.

한미 양국은 조만간 한미 실무협의체를 열어 관세 조치와 조선·에너지 협력 등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협상팀은 미국이 원하는 조선 분야의 협력을 무기로 삼고 한국기업들의 대미 투자로 생긴 일자리를 방패로 삼아 관세 예외를 인정받거나 타격을 최소화하고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를 이루는 데 주력해야 한다.

hoonki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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