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쏘카 공개매수 전 주식담보대출, 적정 여부 살펴볼 것”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정호준 기자(jeong.hojun@mk.co.kr)
입력 : 2025.03.16 17:07:46
입력 : 2025.03.16 17:07:46

이재웅 전 쏘카 대표(창업주)가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벤처캐피탈이 쏘카 공개매수에 나서기 전 수차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금융당국이 적정성 여부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쏘카 주가가 급락하자 이 전 대표 측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소액을 이용해 주가 부양 목적 공개매수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알지 못하고 14일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16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후 주가가 떨어진 상태에서 공개매수를 선언해)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적절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전 대표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14일부터 벤처캐피탈 에스오큐알아이를 통해 쏘카 기명식 보통주 17만1429주(발행주식 총수의 0.52%) 공개매수에 나섰다. 공개매수 기간은 4월 2일까지 20일간이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만7500원이었으며, 14일 증시개장과 함께 쏘카 주가는 1만7500원을 기록했다. 전날 종가(1만4210원) 대비 23.15% 높은 가격이다. 이날 쏘카 주가는 1만6750원으로 전일대비 17.87% 오른채 거래를 마쳤다. 일일 거래량은 19만1851주로 공개매수 물량을 넘어섰다.
공개매수가 발표되던 시점까지는 매수 물량이 워낙 작았던 탓에 주가가 상승할지 미지수란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쏘카의 유명세가 더해지며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공개매수는 수수료 등을 고려할때 수백억원 이상을 투입해서 투자자를 끌어모으지만 이번에는 30억원 규모로 이 전 대표의 지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에스오큐알아이는 지난해 쏘카 주가가 1만8000원~2만원을 오가던 때 제주은행·푸른저축은행·IBK캐피탈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공개매수 직전 주가는 당시에 비해 30% 가까이 하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푸른저축은행·IBK캐피탈의 주식담보대출은 이미 추가 증거금 요구를 받아 담보가 추가 설정됐다. 공개매수를 시작하기 전날인 지난 13일에도 추가 주식담보대출이 있었다.
쏘카 관계자는 이번 공개매수 건에 대해 “공개 매수 결정 및 공시 주체는 최대 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SQORI)이기 때문에 답변드리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에스오큐알아이는 이 전 대표가 소유한 벤처캐피털로, 현재 쏘카의 지분 19.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이번 공개매수의 목적이 기업 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쏘카가 기업공개 후 시장의 기대에 걸맞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공개 매수를 통해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쏘카는 지난해 매출 4318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8.4%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98억원으로 2023년(97억원)에 이어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기업 가치를 위해 수익성 개선을 강조하며 “경영진에게는 좀 더 빠른 수익성 개선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겠다”라면서 “수익성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기다리기 어려운 주주들에게는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서 투자를 회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이런 글을 쓰면서 본인 소유 벤처캐피탈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상태라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공개매수가 롯데렌탈과의 쏘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경영권이라는 말은 주식회사를 기본으로 하는 회사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최대 주주가 경영진 선임이나 해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경영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잘못해서 모든 주주들에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돌려주지 못한다면 현 경영진은 물론이고 저희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최대주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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