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김병주, 사재 출연 사태 책임론 커지자 승부수 채권단과 불신 해소위한 조치 거래처 미지급액 파악 급선무 "업체별 변제안 개별 고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납품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재를 출연한다.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한 후 MBK 책임론이 확산하자 사재 출연을 통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재 출연이란 개인이 자신의 사유재산을 공익적인 목적이나 특정 사업을 위해 내놓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기업 경영 상황이 안 좋을 때 대기업 오너가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재 출연을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회사 인수 후 경영에 실패해도 그동안 사재 출연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업계를 두고 "수익은 고스란히 가져가고, 실패 시 책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지난 14일 홈플러스 기자간담회에서도 김광일 MBK 부회장은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간담회에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런 점에서 김 회장이 사재 출연 카드를 꺼낸 것은 이례적이다. MBK가 '과도한 차입'을 통해 홈플러스를 망가뜨렸다는 인식이 커지자 사재 출연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MBK 측은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는 현재 추산 중이다. 올해 1월 말 기준 홈플러스 상거래채권(매입채무+미지급금)은 1조4605억원이다. 2월까지도 이 같은 금액이 유지됐다고 가정하면 홈플러스 상거래채권은 약 1조4000억원 규모다. 이 중 공익채권(회생 절차상 1순위 변제)이 되는 2월 12일~3월 3일의 상거래채권과 홈플러스측이 충분히 갚아줄 수 있는 우선변제로 분류된 상거래채권(4584억원) 등을 제외할 경우 남은 상거래채권은 7000억~8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남은 상거래채권은 크게 보아 대기업 몫과 소상공인 거래처 몫으로 나뉘는데, 홈플러스 측은 지난 14일 대기업 협력사에 양보를 요청했다. 이후 MBK 측은 김 회장이 후자인 소상공인 거래처 몫을 사재 출연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16일 밝혔다.
현재 정확한 수치는 홈플러스와 협의해 계산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2023년 김 회장의 재산이 97억달러(약 13조원)라고 보도한 바 있다.
홈플러스가 최대한 신속히 채권을 변제한다고 하지만, 정산이 늦어진 업체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소상공인과 영세업자의 범위를 정하고 채권의 성격을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공익채권, 회생채권, 일반 채권 등으로 분류하고 대금이 지급된 업체, 지급되지 않은 업체를 파악하고 납품주기에 따른 지급 상황도 파악한다. 지난 14일에는 업체별로 변제 계획에 따른 협의를 진행했다. 이후 변제 계획을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알리고 있다. 이와 함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 성과를 높이는 작업도 병행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홈플런을 진행했는데 매출은 전년 대비 13.4%, 고객 수는 5% 성장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달 MBK가 신규로 결성하는 6호 블라인드펀드 정관에 서명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BK는 2016년 4호 펀드 조성 때부터 국민연금의 우수 사모펀드 운용사로 선정돼 국민연금에서 상대적으로 손쉽게 투자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 심사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기 때문에 추가 투자 여부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