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IPO] 금감원, 왜 퇴짜 놨을까

입력 : 2023.03.20 15:32:57
제목 : [블루포인트 IPO] 금감원, 왜 퇴짜 놨을까
유동성·피투자기업 가치평가 방식 상장 발목 잡아

[톱데일리] 창업기획자(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가 상장을 철회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직접 요구하면서 기한 내에 상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루포인트는 지난 17일 금감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증권신고서에 하자가 있다며 블루포인트에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이 직접 나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증권신고서 수정이 필요할 시 금 감원은 보통 회사가 자진 보완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지도하곤 한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 공시가 올라온 시점은 블루포인트가 기관 수요 예측에 들어가기 바로 전날이었다. 정정 공시 요구로 인해 블루포인트 투자심리가 냉각될 여지가 있음에도 금감원이 과감히 기업공개(IPO) 절차에 제동을 건 것이다.

원칙적으로 금감원이 상장을 인허가할 권리는 없다. 다만 상장 추진 기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존재할 경우 증권신고서를 지속해서 수정하게 만드는 식으로 상장을 저지하곤 한다. 기업은 상장 예비심사 통과 후부터 6개월 내 상장해야 하는데, 정정 공시 요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상장 기한을 놓친 기업은 자연스레 철회 수순을 밟게 된다.

블루포인트는 지난해 10월 상장 예심을 통과해 오는 4월 중순까지 상장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블루포인트는 지난해 1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두 달 후인 지난 2월초 수요예측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짰다. 하지만 두 차례 자진 정정 공시가 진행되면서 블루포인트의 기관 수요 예측 일정은 이달 7일부터 8일로 밀렸다. 하지만 지난 6일 금감원이 재차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블루포인트는 한 달 내에 증권신고서 정정 공시와 수요예측, 일반공모까지 완료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금감원은 블루포인트의 유동성 확보 계획과 투자자산 가치 평가에 대해 더 상세한 기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블루포인트의 유동비율은 약 22%에 불과하다. 보유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약 34억원으로 오는 5월 만기가 돌아오는 5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단기차입금도 상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환상환우선주(RCPS)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된다고 가정 시 유동비율은 55.3%로 상승한다. 1년 내 갚아야 할 빚이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두 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블루포인트의 총자산은 1007억원 정도이며 이 중 약 96%가 비유동자산에 속해있다. 자기자본에서 비유동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인 비유동비율은 133%다. 자기자본에 부채로 조달한 금액까지 더해 비유동자산 매입에 사용했다는 얘기다. 비유동비율이 100%를 웃돌 경우 유동성 부채 만기가 돌아오면 상환 압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비유동자산은 즉시 현금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블루포인트의 비유동자산의 가치 변동 위험도 적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블루포인트의 자산 중 약 80%가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즉 스타트업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 블루포인트의 영업이익도 스타트업 지분가치를 산정해서 도출한 평가이익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블루포인트가 보유한 스타트업 주식의 공정가치가 왜곡되기 쉽다는 점이다. 블루포인트는 주로 투자기업의 후속 투자 단가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가치를 측정하고 있다. 최근 금리상승으로 인해 직전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는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위해 몸값을 낮춘다면 블루포인트의 자산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이러한 악재가 블루포인트 실적에 적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후속거래가 발생하기 전까지 블루포인트가 인식하는 스타트업 지분가치는 직전 투자단가에 맞춰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루포인트는 스타트업에서 자본잠식이 발생하거나 임직원 수 50% 이상의 급감 등이 발생할 시에 손상 또는 평가손실을 인식하고 있다. 스타트업 경영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기 전까지는 블루포인트가 인식하는 손해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금감원 요구에 따라 상장 일정이 지연되면서 정정되는블루포인트의 증권 신고서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포함한 사업보고서 내용이 반영돼야 했다. 블루포인트는 최근까지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해 지난해 온기 가치평가를 진행 중이었다. 최근 악화된 벤처투자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블루포인트 포트폴리오 기업 가치가 후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블루포인트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가치평가법으로 주가순이익비율(PER)을 사용했다. 포트폴리오 기업이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 투자를 유치했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면, 블루포인트는 기존보다 하락한 PER 배수로 상장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블루포인트 상장이 좌초되면서 씨엔티테크, 퓨처플레이 등 상장을 준비 중인 엑셀러레이터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획적인 투자금 회수를 통해 양호한 현금흐름을 갖춰야 상장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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