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엠블록레터]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지 약 14개월이 지났습니다. 이 기간 중 비트코인은 4만달러에서 10만달러까지 약 2.5배 상승했고 지금도 8만달러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강세에 ETF가 주요한 역할을 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상태죠.

비록 이더리움 현물 ETF는 승인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큰 보탬이 되진 못했지만 투자 시장에서는 ETF 승인과 이에 따른 신규 자본의 유입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꽤 높습니다. 이더리움에 이어 세번째 현물 ETF 승인을 받는 암호화폐가 누가 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하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기까지 여러 난관을 헤쳐나갔던 것처럼 다른 암호화폐들도 넘어야 할 장벽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장벽들과 승인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암호화폐들의 현 상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따라가려면 필요한 조건들

작년 1월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넘어야 할 장벽은 크게 시장 조작 우려의 해소와 투자자 보호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중 시장 조작 우려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고 투자자 보호는 다양한 보완책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이해됐습니다.

시장 조작 우려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한 블랙록 등이 내놓은 대책은 운용사와 시장 운영 주체가 체결하는 감시 공유 계약이었죠. 과거 구리 현물 ETF를 상장시키기 위해 JP 모건이 내놓은 복안이었던 이 계약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도 시장 조작 우려를 해소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투자자 보호 방안으로는 정보의 투명성과 함께 수탁 등 안전한 자산 보관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포함됩니다. 비트코인은 이미 다양한 수탁 회사들이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죠. 뉴욕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운용사들은 주로 코인베이스의 수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ETF 상장을 노리는 알트코인들도 이같은 요건들을 채워야 합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닦아놓은 길이니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되겠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따라가는 것은 규제 기관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라이트코인, 솔라나, XRP가 선두권

관련해서 현재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알트코인으로는 라이트코인, 솔라나, XRP를 들 수 있습니다. 도지코인, 헤데라해시그래프, 폴카닷 등도 ETF 승인을 시도하고 있지만 선두주자군에 비해 격차가 있다는 평가죠.

이 중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과 구조가 크게 다를 바 없어 SEC의 승인 과정을 가장 원할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유사한 구조이기 때문에 당연히 증권성 우려에서 자유롭습니다. 감시 공유 계약과 같은 조건도 현재 충족된 것으로 보이구요. 코인베이스, 비트고와 같은 회사들과 수탁 계약도 체결해서 ETF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와 주목도가 다른 알트코인보다 낮은 점이 걸림돌입니다. 솔라나, XRP는 활발한 생태계 활동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라이트코인은 오래된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련 활동이 타 코인 대비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거든요. ETF가 출시되더라도 투자자들의 선택에서 비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솔라나는 ETF 후보군 중 투자자들의 기대가 가장 높은 알트코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더리움의 대항마라는 측면에서 투자에 대한 명분도 충분하구요. 최근 붐을 일으켰던 밈 코인 트렌드와 직결돼 있기도 합니다. ETF를 신청한 운용사의 수도 가장 많고 무엇보다 프랭클린 템플턴이 현물 ETF 신청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다른 장점이라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솔라나 선물 ETF가 거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현물 ETF가 승인된 배경에는 CME의 선물 ETF 거래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세 알트코인 중 솔라나가 유일하게 CME 선물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매우 큰 차별점입니다.

하지만 XRP도 기대만 따지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조성된 친 암호화폐 기조의 선두에 있는 알트코인이라고 할 수 있죠. 리플랩스의 CEO인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 때부터 지원했으며 여러차례 친분을 과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XRP의 발목을 무려 4년간 잡아왔던 SEC와의 소송도 최근 철회되어서 ETF 승인의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없어진 상태입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세 알트코인의 ETF 승인 레이스는 1강 2중으로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라이트코인이 여전히 가장 앞서 있지만 솔라나와 XRP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뒤를 바짝 쫓는 형국이지요. 특히 SEC와의 소송이 철회되기 전에는 솔라나가 다소 앞서 있다고 볼 수 있었지만 철회 이후에는 비슷한 선상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ETF 승인 이후에도 이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투자 매력입니다. 이더리움이 현물 ETF 승인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과 맥락을 함께 합니다. ETF 승인으로 신규 자금의 유입 경로가 확보됐다면 실제로 유입될 수 있도록 투자 매력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각 알트코인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yykim@m-block.io), 전성아 엠블록 연구원(jeon.seonga@m-block.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