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부부 일터 나간 오전 10시, 29살 아들은 방에서 나와 TV 켠다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5.04.02 06:14:36
2월 경제활동인구 통계

55~64세 女 61.5%가 일해
10년전 52%보다 확 높아져
20대 男은 지속하락 60.7%

비정규직 꺼리는 청년들
단순노무직 마다않는 엄마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취업은 고사하고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면서 20대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처음으로 중년 여성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취업 시장에서 멀어지는 반면 자식 세대의 취업난에 따른 생계비 부족을 메우기 위해 어머니 세대가 비정규직도 마다하지 않고 구직 전선에 뛰어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55~6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1.4%로 20~29세 남성(60.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으로 분류되지 않은 중년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고용 시장 문을 더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2015년 2월 55~6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2%에 그쳤는데, 최근 10년간 꾸준히 상승하며 지난해 9월부터 20대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4.1%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아들과 어머니 세대 간 고용 시장 역전 세태는 청년층의 취업과 독립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며 교육에 더 많은 비용을 들여 경쟁력을 키우거나 구직을 포기하는 양상이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직장이 없거나 취업 준비를 하거나 그냥 쉬는 15~29세 ‘청년 백수’는 120만명을 돌파하며 1년 전보다 7만명 이상 늘었다.

이처럼 자식 세대의 홀로서기가 늦어지면서 부모님 세대가 가계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벌이에 나선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작은 기업이나 안 좋은 조건에서 근무를 시작하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적다”며 “이렇다 보니 청년들의 취업이 늦어지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모 세대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1998년에 25.1세,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도 27.3세인 반면 2020년에는 31세로 점점 취업이 늦어지고 있다.

중년 여성들이 자식 세대를 위해 뛰어드는 일터의 상당수는 임금과 고용 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이다.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단순 노무직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46.4%로 20대(43.1%)는 물론 30·40대(20%)나 50대(33.7%)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청년층 취업난이 부모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 자금 축적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식 세대에게 소득을 이전하는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지는 것”이라며 “청년층 취업 지연이 장기적으로는 부모 세대의 노후 준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일터 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과 신산업 일자리를 창출할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 교수는 “정부의 일자리 사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고령층과 달리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며 “신산업 규제를 완화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청년들의 첫 직장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은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 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결부된 만큼 노동 시장 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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