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2주년 맞는 SK, 창업정신 기리며 '삼각파도' 극복 나서

1953년 직물로 시작…정유·정보통신·반도체에 이어 AI까지 '혁신'으로 위기 극복최태원 회장, 관세·인플레·AI '삼각파도' 당면과제로 제시
장하나

입력 : 2025.04.08 06:41:01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SK그룹이 창립 72주년(8일)을 맞아 창업정신을 기리며 '삼각파도' 극복에 나선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전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를 비공개로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 오너 일가와 일부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에서 창업정신을 기린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위기 등 수차례 파고에도 오너 일가의 '형제 경영'과 '딥체인지'로 불리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1969년 수원 선경직물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시찰하는 고 최종건 SK 창업회장
[SK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1953년 직물사업에서 시작한 SK는 1980년대 섬유에서 정유사업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성장의 기초를 다졌다.

이후 1990년대 정보통신, 2010년대 반도체 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자산 기준 재계 2위로 성장했다.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을 창립한 최종건 창업회장은 국내 첫 직물 수출 기록을 쓴 데 이어 아세테이트·폴리에스테르 공장 건립, 1973년 워커힐 호텔 인수 등으로 사세를 넓히며 선경직물을 기업집단 '선경그룹'으로 일궈냈다.

1991년 6월 유공 울산콤플렉스(CLX)를 방문한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
[SK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1973년 최 창업회장이 별세하자 경영권은 친동생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넘겨받았다.

1980년 정재계의 예상을 뒤엎고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인수에 성공하며 SK는 2번째 변곡점을 맞이했다.

최 선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측과의 오랜 교분을 발판으로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 국내에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이뤄냈고 중동 오일머니를 외자로 유치했다.

선경은 석유공사의 이름을 '유공'으로 바꾸고 화학과 소재, 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최 선대회장은 차기 주력사업으로 정보통신을 낙점하고 1984년 미국 주재 미주경영기획실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만든 데 이어 1991년 '대한텔레콤'을 설립했다.

대한텔레콤은 이듬해 정부의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공모해 사업권을 획득했지만, 일각에서 '특혜설'을 제기하자 최 선대회장은 "특혜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사업할 수는 없다"며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선경은 이후 2년 뒤 정부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민영화 공개 입찰에 참여해 4천370억원으로 지분 23%를 사들이며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다.

1996년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 방식 이동통신 서비스 시연 모습
[SK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최 선대회장은 "선경을 21세기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워내야 한다"며 1998년 그룹명을 'SK'로 바꾸고 새 도약을 선언했으나 그해 별세하며 장남 최태원 회장이 오너 일가의 만장일치로 SK 수장에 추대됐다.

최 회장은 에너지와 정보통신을 두 축으로 하는 SK의 사업 구조를 발판 삼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이겨냈다.

2011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3조3천747억원에 인수하며 SK그룹의 4번째 변혁을 이끌어냈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최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예견하고 2012년 SK하이닉스를 출범시켰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지원에 힘입어 매년 연구개발(R&D)로만 조 단위 금액을 쏟아부었고, 최근에는 10년 넘게 독자개발해온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히며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2023년 말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에서 에너지 사업 전반을 이끄는 등 '형제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앞서 2018년 11월에는 자신의 SK㈜ 지분 중 4.68%를 친족들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창립 72년을 맞은 올해 한국 경제가 마주한 위기를 ▲ 미국발 관세전쟁 ▲ 관세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 AI 등 '삼각파도'로 정의하며 이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SK의 경우 정유사업과 반도체 부문의 수출 비중이 높고 배터리와 바이오 등 미래성장 사업도 해외 시장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대외 불확실성 대비를 위한 시나리오 경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 선제적인 리밸런싱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1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방문한 최태원 회장
[SK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데이터센터(DC), 거대언어모델(LLM) 등에도 역량을 집중하며 AI 경쟁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빅테크와 만나 AI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SK는 최근 고 최종건 창업회장 사저였던 선혜원을 'SKMS연구소' 분원으로 재단장 중이다.

지난해에는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경기 수원시 생가를 'SK고택(古宅)'으로 오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최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 등을 담은 이른바 '선경실록'을 발굴해 디지털로 변환하기도 했다.

hanajja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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