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LG전자가 처음으로 1분기 기준 매출 22조원을 돌파했다. 기업간거래(B2B)·구독·소비자직접거래(D2C)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안착한 데다가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상당한 흥행을 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전자공시를 통해 올 1분기 매출이 22조74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7.8%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분기 매출은 작년 4분기 22조7775억원에 이어 두 번째 높다. 1분기 영업이익은 1조25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5.7% 감소했고, 직전 분기(1461억원)보다는 크게 증가했다.



LG전자는 “대내외 환경면에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종전 주력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더해 기업간거래(B2B)와 구독, 웹(web)OS와 같은 비하드웨어, 소비자직접거래(D2C) 등으로 대표되는 ‘질적 성장’ 영역이 전사 매출액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이번 공시에서 본부별 매출액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LG전자는 작년 11월 ‘2030 미래비전’을 발표하고 사업본부를 크게 △생활가전 담당인 HS본부(홈 어플라이언스 솔루션) △TV를 주력으로 하는 MS본부(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솔루션) △전장을 담당하는 VS본부(비히클 솔루션) △에너지 담당인 ES본부(에코 솔루션)로 재편했다. 2024년 기준 본부별 매출은 HS가 36.88%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MS 31.05%, VS 15.79%, ES 13.11% 순이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출 상승은 상당 부분 ES본부에서 기여했다.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가정용 에어컨 등이 주요 제품이다. ES본부는 최근 들어 HVAC를 주력으로 밀고 있다. 이달에는 축구장 약 9개 크기와 맞먹는 싱가포르 투아스 물류센터에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멀티브이 아이’를 납품하기도 했다.

현재는 주요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나서고 있는 만큼 HVAC에 공을 들이고 있다. HVAC 사업은 올 1분기에 지난해 동기 실적인 매출 2조5890억원·영업이익 3356억원을 가뿐히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옴디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열관리 시장 규모는 2023년 76억7000만달러에서 2028년 168억7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HS본부는 B2B 영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빌트인 가전뿐 아니라 모터·컴프레서 등 부품 사업에 성공을 거두는 모양새다. 아울러 B2C로는 구독 적합형 제품을 확대하고 ‘케어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2023년 하반기부터 구독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현재는 약 4000명에 달하는 전문케어 매니저가 정기적으로 고객 가정을 방문해 점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S본부는 TV를 뛰어넘어 웹(web)OS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웹OS는 LG전자가 스마트TV와 디스플레이 제품에 탑재하는 독자 운영체제(OS)로, 자체 광고 플랫폼인 LG 애즈 솔루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앱스토어를 통해 유료 앱 판매, 콘텐츠 판매 등을 지원한다.

VS본부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모터·인버터 등 차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경쟁 우위를 구축하는 동시에 고해상도·지능형 램프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는 2분기”라며 “수익성을 고려할 때 관세 확대에 따른 판매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므로 판매량 축소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절묘한 가격 정책으로 2분기 실적을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이달 말 예정된 실적설명회에서 2025년도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과 사업본부별 경영실적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