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서 응원 율동하는 그룹 총수…"아내가 말려도 열심히 했죠"(종합)
HL 그룹 정몽원 회장, 한국 아이스하키 30년 돌아본 에세이 펴내"처음에 집필 거절했는데…이 책으로 한 명이라도 팬 늘면 만족"경영에 접목한 아이스하키…"하키처럼 기업에도 스피드가 중요"
이대호
입력 : 2025.04.08 08:12:34
입력 : 2025.04.08 08:12:34

[HL 안양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HL 안양의 통산 9번째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파이널 우승이 걸린 경기에는 어김없이 정몽원(69) HL 그룹 회장이 있었다.
HL 안양의 창단 첫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우승 기념 모자를 쓰고, HL 안양 유니폼을 입은 그는 지난 3일 안양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레드이글스 홋카이도(일본)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 율동을 따라 했다.
4일 서울 송파구 잠실 HL 그룹 본사에서 만난 정 회장은 그날 이야기가 나오자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하도 옆 사람들이 열심히 해서 함께 했다"면서 "아내는 '남들 보기에 이상하다'고 말렸지만, 선수와 같은 마음이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고 했다.
정 회장은 줄곧 HL 안양 구단주를 맡아오다가 최근 양승준 그룹 전무에게 구단주 자리를 넘겼다.
그러나 정 회장이 '영원한 구단주'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HL 안양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정 회장의 응원과 함께 HL 안양은 3일 열린 파이널 3차전에 이어 5일 4차전도 승리해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안방에서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V9'을 달성했다.
아이스하키 이야기만 나오면 그룹 총수의 체면은 내려놓고 한 사람의 광팬으로 변신하는 정 회장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은인이다.
1994년 만도 위니아(현 HL 안양) 아이스하키단을 창단했고, 2013년부터 2021년까지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아 한국 남자 대표팀의 톱 디비전(1부 리그) 승격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성을 이끌었다.

[HL 안양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북측 선수들이 장비 없이 빈손으로 와서 당황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 장비를 구한다고 애썼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 업체들이 (아이스하키 장비를) 못 보내주겠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아이스하키 장비는 길들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새 물건을 받아서 발도 아프고 힘들 텐데도 북측 선수들이 너무 좋아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결국 (대북 제재 때문에) 올림픽 끝나고 장비들을 못 가지고 올라갔다.
-- HL 그룹은 자율주행 시험 차량을 하키(Hockey), 순찰 로봇을 골리(Goalie)라고 이름 붙일 정도다.
경영자로서 아이스하키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 스피드다.
요즘은 예측 불허 시대다.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고객 대응과 제품 개발, 의사 결정까지 빨리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빨리빨리'가 단점도 있지만, 기업에서는 중요하다.
미리 문제점을 파악해서 빨리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스하키만큼 스피드가 중요한 종목이 또 없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도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런 스토리를 아이스하키에서 배웠다.
4bun@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