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정치권 압박에 소액주주 달래기 대응책 김동관 등 3형제 소유 회사 한화에너지 통해 증자 참여 유증 3.6조서 2.3조로 축소 소액주주들 부담 완화 효과 주당순익 희석 문제는 남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와 관련된 소액주주들의 불만과 금융당국·정치권의 압박을 의식해 개편안을 내놓았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하고 오너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증권 신고서 기재 정정 공시를 통해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이 유상증자에 1조3000억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한화에너지의 자금을 투입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따른 소액주주 불만과 승계 논란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대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 대상 유상증자 규모는 지난달 공개한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애초 올 2월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1조3000억원어치를 매입했는데 한 달 뒤 투자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기습 발표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방식이 확정돼 실행되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4월 내에 시가로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은 15%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소액주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부작용을 감소시키면서 필요한 자금을 모두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지난 2월 받았던 주식 매도 자금(1조3000억원)을 그대로 되돌려주게 된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한화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대주주 승계를 위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는 논란에 대응하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달 20일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가는 13% 하락했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지난 3월 27일 정정 신고서에는 증자 시점 및 자금 사용 목적의 검토 여부, 증자 전과 후의 한화그룹 계열사 지배구조 재편과 증자 연관성을 기재할 것을 요청했다. 유력 대권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이달 2일 페이스북에 상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승계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한화그룹으로서는 승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주 발행 가격은 기존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15% 할인됐다. 청약 예정일은 오는 6월 4일에서 6월 5일로 연기됐다. 다만 유상증자 규모는 3조6000억원 그대로로 주주 배정분만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 희석 문제는 남아 있어 소액주주들 불만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분 희석 문제는 있지만 3자 배정으로 인수된 주식은 유통 주식으로 시장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주가 하락 우려가 덜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