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분 51%·TRS 19.6% 한앤컴퍼니와 가격 협상 중 매각 성공땐 SK㈜ 3조 확보 부채비율 50%대로 리밸런싱
SK그룹이 국내 대표적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나섰다. SK그룹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주)는 최근 주요 사모펀드와 접촉하며 SK실트론 경영권 매각을 뭍밑에서 타진 중이다.
현재 SK실트론은 SK(주) 51%와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이 각각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들고 있는 49%로 나뉜다. SPC가 들고 있는 지분 49% 중 29.4%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19.6%는 SK(주)와 총수익스왑(TRS) 계약으로 묶여 있다. 증권사들은 TRS 계약에 따라 SK(주)와 최 회장의 인수 대금을 책임지는 대신 수수료를 받고, SK실트론 지분에서 발생하는 변동 수익은 SK(주)와 최 회장에게 이전한다. 증권사 입장에서 일종의 담보대출을 최 회장과 SK(주)에 해준 셈이다. 2027년 TRS 계약이 만료되면 증권사 3곳은 SK(주)로부터 1691억원, 최 회장으로부터 2536억원을 받게 된다. 현재 거론되는 경영권 매각은 SK(주) 지분 51%와 SK(주)가 TRS로 갖고 있는 19.6%를 합쳐 도합 70.6%를 파는 것이다.
SK실트론 몸값이 5조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으로 SK(주)는 3조원대 중반을 확보할 수 있다. SK(주)는 2017년 LG가 보유하던 SK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했다. TRS 계약에 따라 증권사에 1691억원을 갚고, 양도소득세 수천억 원을 낸다고 하더라도 SK(주)는 최소 2조원대 중후반을 확보할 수 있다.
SK(주)의 개별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6%인데, SK실트론 매각에 성공하면 부채비율을 50%대까지 낮출 수 있다. 다만 SK(주) 보유 지분만 매각하게 될 경우 최 회장 지분(29.4%)은 소수 지분으로 전락한다. 이 때문에 향후 최 회장 지분까지 같이 팔게 될지 주목된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한앤코는 매각 측과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SK실트론은 반도체 밸류체인에 속한 전략자산으로 정부 안보 심사 등을 고려할 때 해외 플레이어에 매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소 3조원대에 달하는 매각가를 감당하려면 국내 SI(전략적투자자·대기업) 혹은 국내 PEF가 나서야 하는데, SK그룹 입장에선 타 그룹사에 알짜 계열사인 SK실트론을 팔기보다는 국내 PEF인 한앤코에 파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다.
한앤코와 SK그룹은 오랜 기간 신뢰관계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앤코가 현재 투자 중인 17개 포트폴리오 기업 중 9곳이 SK그룹 매물이었다. 지난해 말 한앤코가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한앤코는 지난해 7월 4조7000억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기 때문에 아직 자금이 넉넉한 편이다. 만일 이번에 SK실트론까지 품에 안게 된다면 한앤코는 SK그룹 계열사 10곳에 투자한 유일무이한 투자사가 된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일본 섬코, 신에쓰에 이어 점유율 3위 기업이다.
SK실트론 매출은 2017년 9331억원에서 지난해 2조126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SK실트론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7년 2409억원에서 2024년 6400억원으로 상승했다. 보통 제조 대기업 상장사 몸값이 EBITDA 대비 7~9배에 형성돼 있으므로, SK실트론은 무난히 5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