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前대통령 생가 매매로 '시끌'…장관 사임·의원 파면

이재림

입력 : 2025.04.11 07:08:56


파면 결정을 받고 칠레 상원에서 마지막 인사하는 이사벨 아옌데 전 의원
[발파라이소 AFP=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칠레에서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가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1908∼1973) 생가를 매입해 박물관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시행하려다 논란에 휘말렸다.

정부 당국과 부동산 거래를 하려 한 아옌데 전 대통령의 딸과 손녀가 각각 현직 의원과 장관이었기 때문인데, 야당의 거센 비판 속에 당사자들은 직을 잃거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칠레 헌법재판소는 국가와 현직 의원 간 거래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사벨 아옌데(80) 상원 의원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고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관련 결정문을 게시했다.

80쪽 분량의 결정문을 보면 10명의 칠레 헌법재판관 중 8명이 파면 찬성 의견을 냈다.

칠레 헌법재판소는 한국과 달리 의회 의원에 대한 탄핵 심판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의원 제명 권한이 국회에 있다.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의 딸인 이사벨 아옌데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산티아고 수도권 프로비덴시아 지역에 있는 2층짜리 아옌데 전 대통령 생가 부동산 매매 계약을 정부 당국과 했는데, 이는 헌법 60조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칠레 헌법재판소 결정문 요지다.

칠레 헌법 60조에는 '임기 중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보증하는 하원 의원 또는 상원 의원은 직위에서 파면된다'고 명시돼 있다.

보리치 정부는 아옌데 전 대통령 생가를 매입해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번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계약 사실이 알려진 뒤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 예산을 개인적 재산 증식에 사용한다"는 취지의 위헌·불법·이해충돌 주장이 이어졌고, 정부 당국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부동산 매입 절차를 중단했다고 현지 일간 라테르세라는 보도했다.

해당 부동산 소유자이자 매매 계약 당사자 중에는 이사벨 아옌데 전 의원뿐만 아니라 마야 페르난데스 아옌데(53) 국방부 장관도 포함돼 있었다.

페르난데스 아옌데 국방부 장관은 아옌데 전 대통령 손녀다.

아옌데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태 여파로 지난 달 사임했다.

계약을 추진했던 마르셀라 산도발 국가자산부 장관도 지난 1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1970년 칠레 대선에서 승리한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은 혁명이 아닌 자유선거를 통해 첫 사회주의 정권을 탄생시키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러나 1973년 9월 11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를 중심으로 한 군부 쿠데타로 인해 실권했고, 쿠데타 당일 대통령궁 '라 모네다'(La Moneda)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옌데의 죽음을 둘러싸고 쿠데타군 살해 음모도 있었지만, 2011년께 칠레 당국은 범죄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walden@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4.22 20:02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