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10% 내릴 동안 원화 3%만 올랐다…원화 저평가 여전
달러인덱스 3년 최저 수준인데 원/달러 환율 아직 1,400원대"원화, 미·중 갈등에 취약"…한은, 환율 고려해 기준금리 동결 전망
민선희
입력 : 2025.04.15 06:03:00 I 수정 : 2025.04.15 08:47:05
입력 : 2025.04.15 06:03:00 I 수정 : 2025.04.15 08:47:05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이날 코스피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되자 전장보다 23.17포인트(0.95%) 오른 2,455.89에 장을 마쳤다.원/달러 환율 25.8원 내린 1,424.1원.2025.4.14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 대비 10% 넘게 하락하는 동안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3%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가치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00원대를 유지하는 등 원화 저평가 흐름은 여전한 상황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8원 내린 1,424.1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6일(1,419.2원) 이후 넉 달여 만에 가장 낮았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최근 '셀 아메리카'에 따라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리한 관세정책이 미국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고, 달러 표시 자산의 신뢰를 낮추면서 달러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0월 초 100대에서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로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1월 13일에는 110.164까지 뛰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을 반영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 11일에는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인 99.005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전날 주간 거래 마감 무렵에도 99.404 수준에 그쳤다.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가 가장 높았던 1월 13일(한국 종가 109.870)과 비교하면 달러 가치는 10.53% 평가 절하됐다.
그러나 원화 가치는 달러인덱스 하락분만큼 오르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월 13일 1,470.8원에서 전날 1,424.1원까지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10% 넘게 내렸지만,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3.28% 오르는 데 그친 셈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로도 원화 저평가 흐름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유로화는(11.56%)와 일본 엔화(10.50%)는 달러 대비 10% 넘게 절상됐다.
미국과 무역 갈등이 고조된 중국은 역외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0.65% 올랐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의 통계적 관계를 고려하면 달러인덱스 100포인트 부근에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1,350원 이하"라며 현재 원화는 글로벌 달러 대비 최소 5% 이상 저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인포맥스 화면 캡처]
달러 가치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이유로는 미·중 관세 갈등이 꼽힌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미·중 간 관세 갈등은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에 특히 더 악재가 됐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미·중 간 긴장은 고조된 상태"라며 "한국 원화는 중국 경제와 위안화에 민감한 통화"라고 말했다.
문정희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의 높은 수출 비중, 대중 수출 의존도 등으로 미·중 관세 전쟁에 교역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미·중 무역전쟁을 경계하고 있어 원화는 달러 약세 효과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둔화 우려에 내수와 투자 부진, 아직 남아있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이 어두운 점도 원화 가치를 억누르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시 국내 경제 충격도 심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외국인 투자자금들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충격에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지만 남은 대선 일정 이후까지 리스크가 남아있어 원화를 던지려는 수요가 극대화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 괴리도가 확대된 것은 취약한 국내 거시경제 탓이 가장 크다"며 "무역 갈등과 중국 위안화 절하 경계감도 반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17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부진한 경기만 보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데다 원화 저평가 흐름도 여전해 외환시장 안정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에는 미국 관세정책에 따라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치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이 67.6원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7월 서울 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오전 2시로 연장된 이래 최대 폭이었다.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환율 불안 등을 근거로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s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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