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2기 첫 美빅테크 제재…다음 타깃은 구글·엑스?

애플·메타에 매출 0.1% 과징금…"트럼프 압박에 액수 낮아져"'4년째 계속' 구글 반독점법 조사, EU 집행력 시험대될 듯
정빛나

입력 : 2025.04.23 23:20:36


EU 깃발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빅테크에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U 집행위원회가 이날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으로 애플과 메타에 부과한 과징금은 각각 5억 유로(약 8천133억원), 2억 유로(약 3천252억원)로 두 회사 글로벌 연매출의 약 0.1% 수준이다.

DMA 과징금 상한이 최대 10%인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액수라고 보기 어렵다.

전임 EU 집행부(2019∼2024)에서 부과된 경쟁법 관련 사건의 과징금 액수와 비교해도 적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지난해 3월 집행위는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당시 애플의 매출 0.5%에 해당하는 18억 4천만 유로(약 3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집행위 고위 당국자는 DMA가 지난해 3월부터 전면 시행된 신생 법이어서 두 회사의 위반 기간이 길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변수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해설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들은 여러 차례 EU 규제가 미국 기업만을 겨냥한다고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트럼프 눈치보기'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집행위는 지난해 3월 DMA가 전면 시행되자마자 애플·메타·구글에 대한 조사를 발표하면서 1년 이내에 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하며 사건을 인계받은 테레사 리베라 EU 수석 부집행위원장도 3월 말께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으나 한 달가량 미뤄진 셈이다.

애초 지난 15일 발표가 잡혔지만 하루 전 갑작스레 미국과 관세 협상이 잡히면서 일정을 미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통상 중요 사건은 담당 집행위원이 직접 발표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리베라 부집행위원장이 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기자회견도 열리지 않았다.

대신 집행위는 '정치적 질문'을 일절 받지 않는 테크니컬 브리핑(익명을 전제로 한 정책 설명)을 열어 확대 해석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소식통들은 알파벳의 구글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가 집행위의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EU의 빅테크 규제 기조가 정치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특히 구글의 광고사업 관행에 대해 2021년 시작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EU는 구글이 최소 2014년부터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자사 온라인 광고 서비스를 우대, 반독점법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

2023년 6월 집행위는 잠정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구글이 일부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매각해야만 경쟁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예비적 견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구글 광고 서비스 사업 일부에 대한 '강제 매각' 명령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명령이 실제로 내려지면 EU 반독점법 조사 이래 첫 사례가 된다.

구글은 지난 17일 미 법원에서도 광고 서버 및 거래소 분야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받아 사업 일부를 매각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유럽규제연구센터(CERRE)의 자흐 마이어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구글 조사와 미 법무부의 구글 광고사업 분할 압박은 리베라 부집행위원장이 행동할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집행위는 머스크의 엑스를 상대로 허위·불법콘텐츠 방지 확산 의무를 규정한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도 조사중이다.

DSA 위반 시 전 세계 연매출의 최고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엑스에 대한 조사 결과는 수개월 내 나올 전망이다.

shin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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