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은행도 '비상'…연체율 뛰고 부실채권 12조원 돌파
1분기 기업 연체율, 10년만에 최대폭 급등 4대은행 부실채권 석달새 1.7조↑…은행권, 자금지원·부실심사강화 병행
신호경
입력 : 2025.04.27 06:01:01
입력 : 2025.04.27 06:01:01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2025.4.2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한국 경제가 내수 부진 등으로 1년 가까이 정체 또는 뒷걸음치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한계 가계와 기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분기 주요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고, 연체율 절대 수준 역시 10년 안팎 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상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실 채권 규모는 사상 처음 12조원을 넘어섰다.
더구나 2분기부터 미국발 관세전쟁의 영향으로 수출 관련 기업들까지 타격을 입고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연체율은 더 뛰고 부실대출 규모도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1분기 연체율, 기업 10년내 최대폭↑…가계 11년전 수준 근접 27일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1분기 실적과 함께 공개한 팩트북 등에 따르면, 1분기 말(3월 말) 기준 전체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1%로 직전 분기인 작년 말(0.34%)보다 0.07%포인트(p) 올랐다.
KB국민은행의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은 0.35%로 전분기 보다 0.06%p 높아졌다.
가계(0.28%)·기업(0.40%) 연체율이 각각 0.01%p, 0.10%p 올랐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3개월 사이 0.40%에서 0.50%로 0.10%p 뛰었다.
내부 시계열을 확인한 결과 기업대출 연체율은 2017년 1분기(0.51%)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고, 상승 폭(0.10%p)은 2016년 1분기(0.15%p) 이후 9년 만에 최대 기록이었다.
중소기업 연체율 오름폭(0.10%p)도 2015년 1분기(0.22%p) 이후 10년 만에 가장 컸다.
신한은행의 전체 연체율도 0.27%에서 0.34%로 0.07%p 올랐다.
중소기업(0.49%)과 전체 기업(0.37%)의 연체율 상승 폭이 각 0.12%p, 0.08%p로 두드러졌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2017년 2분기(0.52%)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0.29%)은 2019년 3분기(0.29%) 이후 최고였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4년 3분기(0.31%) 수준에 육박했다.
우리은행에서도 대기업(0.12%)·중소기업(0.50%)·전체 기업(0.43%)의 연체율 증가 폭이 각 0.12%p, 0.10%p, 0.11%p로 가계대출 오름폭(0.04%p)을 웃돌았다.
기업 연체율은 약 10년 전인 2015년 3분기(0.20%p)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NH농협은행의 기업 연체율(0.84%)은 2017년 2분기(1.00%)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5대 은행 대출 연체율 추이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팩트북 등 자료 취합 | ||||||
은행 | 가계 | 대기업 | 중기 | 기업 계 | 전체 계 | |
2024. 1Q | KB | 0.28% | 0.03% | 0.31% | 0.23% | 0.25% |
신한 | 0.28% | 0.14% | 0.42% | 0.34% | 0.32% | |
하나 | 0.26% | 0.15% | 0.36% | 0.30% | 0.29% | |
NH농협 | 0.33% | 0.00% | 0.57% | 0.49% | 0.40% | |
우리 | 0.25% | 0.02% | 0.34% | 0.28% | 0.28% | |
2024. 2Q | KB | 0.28% | 0.01% | 0.39% | 0.28% | 0.28% |
신한 | 0.25% | 0.10% | 0.36% | 0.28% | 0.27% | |
하나 | 0.24% | 0.02% | 0.40% | 0.29% | 0.27% | |
NH농협 | 0.32% | 0.05% | 0.61% | 0.53% | 0.41% | |
우리 | 0.27% | 0.00% | 0.39% | 0.32% | 0.30% | |
2024. 3Q | KB | 0.26% | 0.03% | 0.41% | 0.30% | 0.28% |
신한 | 0.25% | 0.10% | 0.39% | 0.30% | 0.28% | |
하나 | 0.25% | 0.00% | 0.51% | 0.37% | 0.32% | |
NH농협 | 0.34% | 0.07% | 0.84% | 0.71% | 0.53% | |
우리 | 0.27% | 0.01% | 0.42% | 0.34% | 0.30% | |
2024. 4Q | KB | 0.27% | 0.06% | 0.40% | 0.30% | 0.29% |
신한 | 0.25% | 0.08% | 0.37% | 0.29% | 0.27% | |
하나 | 0.26% | 0.00% | 0.45% | 0.33% | 0.30% | |
NH농협 | 0.42% | 0.00% | 0.82% | 0.69% | 0.54% | |
우리 | 0.27% | 0.00% | 0.40% | 0.32% | 0.30% | |
단순 평균 | 0.29% | 0.04% | 0.49% | 0.39% | 0.34% | |
2025. 1Q | KB | 0.28% | 0.15% | 0.50% | 0.40% | 0.35% |
신한 | 0.29% | 0.09% | 0.49% | 0.37% | 0.34% | |
하나 | 0.27% | 0.00% | 0.48% | 0.35% | 0.32% | |
NH농협 | 0.46% | 0.27% | 0.96% | 0.84% | 0.65% | |
우리 | 0.31% | 0.12% | 0.50% | 0.43% | 0.37% | |
단순 평균 | 0.32% | 0.09% | 0.59% | 0.48% | 0.41% |
팩트북을 공개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NPL은 1분기 말 현재 총 12조6천15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9조1천270억원)보다 27.7%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NPL은 지난해 2분기 말(10조4천800억원) 처음 10조원을 돌파한 뒤 올해 1분기 석달 사이에만 한꺼번에 1조7천440억원이나 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NPL은 연말까지 계속 늘다가 연말 부실채권 상·매각을 거치기 때문에 1분기가 가장 규모가 작다"며 "하지만 올해 1분기에 이례적으로 4대 은행의 NPL이 더 불어 사상 최대인 12조원대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은행 건전성 측면에서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 1분기 말 가계·기업·전체 NPL 비율(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단순 평균 기준으로 한 분기만에 0.04%p, 0.07%p, 0.05%p 각각 올랐다.
KB국민은행에서 기업 NPL 비율(0.56%)은 2019년 3분기(0.57%) 이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작년 4분기보다 0.12%p 높아졌는데, 이는 2015년 4분기(0.13%p)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우리은행의 전체 NPL 비율도 석달 새 0.23%에서 0.32%로 0.09%p 올랐다.
2020년 4분기(0.32%) 이후 가장 높고, 오름폭은 약 12년 전인 2013년 3분기(0.09%p) 이래 가장 컸다.
4대 은행 고정이하여신(부실대출) 규모(단위: 십억원) ※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팩트북 자료 취합 | |||||
2024년 1Q | 2Q | 3Q | 4Q | 2025년 1Q | |
총 NPL | 9,127 | 10,480 | 10,902 | 10,871 | 12,615 |
5대 은행 고정이하여신(부실대출) 비율 추이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팩트북 등 자료 취합 | ||||
은행 | 가계 | 기업 | 전체 | |
2024. 3Q | KB | 0.17% | 0.53% | 0.37% |
신한 | 0.20% | 0.31% | 0.27% | |
하나 | 0.25% | 0.28% | 0.27% | |
NH농협 | 0.22% | 0.70% | 0.48% | |
우리 | 0.13% | 0.28% | 0.21% | |
2024. 4Q | KB | 0.17% | 0.44% | 0.32% |
신한 | 0.22% | 0.25% | 0.24% | |
하나 | 0.27% | 0.31% | 0.29% | |
NH농협 | 0.25% | 0.74% | 0.51% | |
우리 | 0.14% | 0.30% | 0.23% | |
단순 평균 | 0.21% | 0.41% | 0.32% | |
2025. 1Q | KB | 0.19% | 0.56% | 0.40% |
신한 | 0.26% | 0.34% | 0.31% | |
하나 | 0.30% | 0.29% | 0.29% | |
NH농협 | 0.31% | 0.77% | 0.53% | |
우리 | 0.18% | 0.43% | 0.32% | |
단순 평균 | 0.25% | 0.48% | 0.37% |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황이 이어지고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자 취약 차주들의 연체율과 NPL 비율이 1분기 큰 폭으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2022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른 시장금리 탓에 한계기업의 원리금 부담이 가중됐고, 지속적으로 대내외 경기도 나빠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직 대출 부실 정도가 은행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은행권도 긴장 속에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관세 위협까지 현실이 되면 상환 한계 기업이나 가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리 수준과 미국 관세정책 등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출 감소,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지연 등이 우려된다"며 "이 때문에 연체율이 올해 내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KB국민은행은 분할상환, 이자감면 등을 통해 차주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개인사업자119'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키우도록 구조조정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NH농협은행도 핵심성과지표(KPI) 제도 등을 연체 초기 단계부터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우리은행은 특히 건설·부동산임대업, 이익률이 낮고 부실 우려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보다 엄격하게 대출을 심사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미국 상호관세 등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여신지원그룹 직속 전담 조직인 '위기기업선제대응 액트(ACT)'를 신설하고, 부실 징후 기업을 선정해 금융·경영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부실 위험을 미리 관리해 여신(대출) 건전성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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