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조강국' 도약 선언 10년…전기차·로봇·AI '세계 선도'
2015년 '중국제조 2025' 발표…"전폭적 정부 지원 속 민간기업 혁신 시너지"中, 무역갈등 커지자 언급 자제…반도체·신소재는 '목표 미달' 평가최종목표는 '2049년 美 추월, 세계 1위'…"과잉생산·시장왜곡 부작용" 지적도
권숙희
입력 : 2025.04.27 07:03:01
입력 : 2025.04.27 07:03:01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2015년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제조업 혁신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중국제조 2025'(메이드 인 차이나 2025)를 내 건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중국의 '제조업 강국' 중장기 계획의 1단계에 해당하는 이 비전의 웅장한 목표와 그 성과는 중국 저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가늠자라는 측면에서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이제 전기차와 조선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을 압도적으로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성장세도 연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와 신소재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선진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1기 행정부가 '중국제조 2025'의 핵심 과제를 주요 타깃으로 삼자 이후 중국 공식 석상에서는 관련 성과에 대한 언급이 자제되기도 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금지]
◇ 10년 만에 기술 선도 '성과'…세계 전기차 50%·조선 수주 70%·배터리 60% 장악에 '딥시크'까지 출시 10년 전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중국을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제조에서 창조', '속도에서 품질', '단순 제품에서 브랜드'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때 중국 국무원이 제시한 10대 핵심 산업은 ▲ 차세대 정보기술(반도체) ▲ 고급 디지털 선반 및 로봇 ▲ 항공우주장비 ▲ 해양플랜트 및 고급 선박 ▲ 선진궤도 교통장비(고속철도) ▲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 자동차 ▲ 전력 장비 ▲ 신소재 ▲ 바이오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 농업 기계 장비 등이다.
이후 불과 10년 사이에 중국은 생활용품이나 장난감만이 아닌 전세계 50% 점유율의 전기차, 딥시크 같은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기술 굴기'를 과시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2∼24일 '중국제조 2025'의 명암을 다루는 내용을 3일 연속 보도하는 등 외신도 관련 상황에 주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50%를 점유한 데 이어 배터리 시장은 약 60%를 장악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자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 1위로 우뚝 올라선 중국 BYD는 차량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세계 1위(38%)인 중국 CATL에 이어 2위(17%)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3위 역시 중국 업체인 CALB(4%)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또 중국 조선업의 성장을 주목하면서 "지난해 기준 중국 조선업계는 4천65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t수)를 수주해 전 세계 시장의 70%를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로봇 분야에서도 중국은 압도적인 성장을 보였는데, 중국의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2015년 3만3천대에서 지난해 약 48만4천대로 10년간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태양광 패널 생산 능력도 2023년 기준 세계 수요의 1.9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올해 1월에는 생성형 AI 모델인 딥시크가 등장했다.
선진국 유학 경험이 없는 토종 인재들이 관련 혁신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영국 BBC방송도 '딥시크, 틱톡, 테무: 중국은 어떻게 기술 선도를 이끌고 있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지난 2월 공개하면서 '중국제조 10년의 굴기'를 소개했다.
킹스 컬리지 런던의 윈단 궁 박사는 BBC에 "중국은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최첨단 수준을 따라잡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전기차, 5G, 배터리, 태양광 분야는 선도하고 있다"면서 특히 AI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주요 국가가 됐다고 짚었다.
독일 마셜 펀드 싱크탱크의 린지 고먼 수석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썼다"면서 "외국 연구원들을 중국으로 데려와 정착하게 하거나 중국 기업들을 위한 혁신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하는 것도 그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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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제시 목표 86% 달성…첨단 분야는 美·EU 등에 여전히 의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미 중국이 처음에 제시했던 목표의 86%를 달성했다고 지난해에 분석한 바 있다.
'중국제조 2025'의 초창기에는 정부 지원이 핵심 역할을 했지만, 이후에는 민간 부분이 기술적 돌파구를 만들어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시너지를 창출했다고 SCMP는 올해 2월 보도에서 다시 짚었다.
세제 혜택, 연구개발(R&D) 보조금, 인재 육성, 규제 완화 등 정부 측의 전방위 지원이 이뤄졌고, 민간기업의 혁신과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생산성과 기술력을 크게 향상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 수준을 조금 더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지난 17일 '중국제조 2025가 놓친 부분들'이라는 제목 기사에서 "중국이 반도체와 신소재 분야에서 자립을 이루지 못한 것은 큰 실패로 보인다"면서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우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 기술에 의존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독자 개발한 중대형 여객기 'C919'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산업 자동화 수준이 상당히 향상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외국 기술에 기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제조업 부가가치 성장률은 2024년 6.1%를 기록해 2015년의 7%에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인 11%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CNBC는 중국에 있는 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지난 16일 발간한 '중국제조 2025, 기술적 선도의 대가'라는 제목 보고서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하면서 "10개 핵심 산업 중 중국은 조선, 고속철도, 전기차 분야에서만 기술 우위를 점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중국 정부의 전방위 지원 자체가 시장을 왜곡하고 과잉 생산의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들은 기술이전 압박과 조달 차별 등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급감하는 피해를 봤다.
적지 않은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이 대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순간 철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3월 28일 애플과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 "우리는 외자 기업들이 법에 따라 생산 요소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라면서 투자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금지]
◇ 지속가능성은 '과제'…"기술 굴기 이면엔 구조적 문제와 국제 반발" 이처럼 중국은 제조업의 첨단화를 통해 일부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으나 여전히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 '톱다운'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구조적 한계를 가진 데다, 민간 자율성과 시장 경쟁보다는 정부 주도의 정책 드라이브에 의존해왔다는 점이 향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히 국제사회에서 비판받는 수준이 아닌 미·EU 등의 직접적인 무역 제재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사실 '중국제조 2025'는 미국·EU 등 서방 국가들이 관련 중국 비전에 대해 무역 제재를 가하는 등 강력한 견제에 나서면서 2018년 이후 중국 정부 공식 석상에서 언급이 급감했다.
2019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중국제조 2025'가 자취를 감췄고, 이후 중국 정부는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등의 새로운 용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큰 틀에서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상공회의소의 옌스 에스켈룬드 회장은 '중국제조 2025' 보고서를 발간하며 서문을 통해 "오늘날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식의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혹은 국제사회로부터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보다 표적화되고, 지속 가능한 기술 자립 전략을 택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제조업 비전 1단계인 '중국제조 2025'가 오는 5월로 만 10년을 맞고, 2035년에는 세계 제조강국들 중 반도체와 신소재 등 분야에서 중위권까지 올라선다는 것이 2단계 목표다.
최종 3단계 목표는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세계 1위의 제조업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재집권하자마자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돌려놓겠다는 선언과 함께 고율 관세,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중국산 선박 입항료 등으로 중국의 성장을 압박·견제하고 있다.
두 대국 간 경쟁 구도가 심화하면서 향후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 한국 등 제3국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 동남아국가들처럼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국가가 늘어날지 등이 앞으로 각국의 경제·무역은 물론 정치·외교 전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suki@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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