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에 달러당 원화값 변동성이 부쩍 커졌지만 올해 1분기 기업들의 환헤지 수요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을 통해 거래된 올 1분기 통화 관련 파생상품 거래잔액은 884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2% 줄었다. 2022년 4분기 코로나19 국면에 기록했던 860조50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본격적으로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에 불붙었던 지난해 1분기(1024조6000억원)와 비교하면 1년 새 13.7% 급감했다.
보통 통화 파생상품은 달러로 거래가 이뤄진다. 기업들은 원화값 하락 불안감이 커지면 은행을 통해 환헤지 거래에 나서며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인다. 원화가치가 떨어질 때 가치가 오르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식이다.
하지만 단기간 통화가치 낙폭이 커지자 향후 원화값 상승을 점치며 환헤지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환헤지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도 기업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주요 이유로 꼽힌다.
실제 이달 들어 원화값은 그동안 낙폭에서 벗어나 단기 반등했다. 4월 1~25일 원화값은 2.4%(35.4원) 숨 가쁘게 올랐다.
다만 미국 관세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미 통상 협의와 글로벌 경기 침체 향방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원화값 변동성이 심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원화 향방이 달라지며 어디에 기준을 잡고 구체적인 수출 대응 방안을 짜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