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규모 정전, 남의 일 아냐…韓 전력망 확충 시급"
한국서 '유도 대기진동' 정전 가능성은 작지만 '송전망 리스크' 지적
김동규
입력 : 2025.04.29 18:29:56 I 수정 : 2025.04.29 19:32:04
입력 : 2025.04.29 18:29:56 I 수정 : 2025.04.29 19:32:04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대규모 정전으로 인프라 마비 사태를 겪은 가운데 한국도 대규모 정전 사태를 피하기 위해 고질적인 송전망 확충 지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등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각종 교통수단과 통신망 등 인프라가 마비돼 혼란을 겪었다.
포르투갈의 전력망 운영사 REN은 이번 사태가 극심한 기온변화로 인한 '유도 대기 진동'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도 대기 진동'이란 지진이나 대형 폭발, 급격한 대기 온도 변화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대기가 진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스페인 내륙의 극심한 온도 차이로 발생한 유도 대기 진동이 초고압 전력선에 진동을 유발해 전력망 불안을 초래, 정전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제반 상황을 볼 때 이번 정전이 전력 계통 불안과 전력 설비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진동이 발생하고 주파수가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유도 대기 진동'으로 인한 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국내에서 이로 인한 정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진동 발생 등 전력 계통 불안정에 대비해 각 발전사들이 대응 체계를 작동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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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유럽에서 대규모 정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문가들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며 국내 송전망 확충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전력 수요·공급 구조는 한반도 남·동부에서 생산한 전기를 일제히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인데, 전기를 나르기 위한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면서 대규모 정전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의 전력은 부산·울산 고리원전, 전남 영암 한빛원전, 울진 원전, 동해안 석탄발전소, 충남 당진·태안·보령 석탄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전기를 받아 사용하는 구조다.
그러나 영남과 강원도를 포함한 동해안 지역의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공급 병목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전력 수요 산업에 대한 투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될 예정이어서 이에 따른 전력망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전력을 많이 생산해 내도 이를 나를 송전망이 부족하면 결국 수요처에 충분한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대규모 블랙아웃을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봄·가을철 급증하는 태양광 전력 과잉 생산으로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이 발생하는 것도 전력망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전 사태는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발생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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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스페인·포르투갈 대규모 정전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도 닥칠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은 해외 다른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엄격한 전력망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수요에 넘치는 태양광 발전이 이뤄질 때 출력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정전 가능성을 낮추고, 전력망 확충 계획이 제때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행정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지자체·주민에 대한 적절한 보상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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