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마저 자금조달 막혀 하반기 '유동성 절벽' 주의보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5.04.30 17:45:42 I 수정 : 2025.04.30 17:55:19
1분기 사모채 발행 32% 급감
IPO·증시 위축 이어 치명타




◆ 위기의 기업들 ◆

올해 들어 증시 부진과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중견기업들의 자금 조달 통로가 전방위적으로 좁아지고 있다.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유증)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대안으로 삼아온 사모채 발행마저 줄어드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중견기업들이 '유동성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사모채 발행 규모는 약 2조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5000억원) 대비 32% 감소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신용위험 자산을 기피하면서 사모채 발행 여건이 악화된 것이다. 사모채는 공모채와 달리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아 발행 문턱이 낮다. 주로 신용등급이 낮거나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이 찾는 자금 통로다. 금리는 공모채보다 높은 편이다.

일부 중견기업은 전환사채(CB)나 교환사채(EB) 등의 메자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메자닌 발행 규모는 약 2조381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944억원)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 침체로 인해 메자닌 투자자들의 권리행사가 줄면서 발행 기업들의 장기적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견기업들의 자금 상황은 체감적으로도 악화하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2월 중견기업 74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8.7%가 올해 자금 사정이 작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나아졌다'고 답한 기업은 10.9%에 불과했다.

특히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고 답한 중견기업의 33%는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올 하반기 유동성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된 조달 창구인 시중은행 대출은 여전히 금리가 높고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역시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져 접근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애로사항을 고려해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은 '중견기업 적격기관투자자(QIB) 회사채 프로그램'으로 우량 중견기업의 회사채 시장 데뷔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로젠·디케이씨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총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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