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파머] 농부 변신한 공돌이 직장인…이종혁 리틀그린 대표

회사원 한계 느끼고 농업에 관심…스마트팜으로 여가 누려
천정인

입력 : 2025.05.03 07:00:03
[※ 편집자 주 =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Smart farm)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리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설정해 농작물을 경작하는 스마트팜은 누구나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파머(Smart farmer)는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격주 단위로 10회에 걸쳐 전남지역의 스마트 파머를 소개합니다.]

스마트 파머 이종혁 리틀그린 대표
[이종혁 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화순=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스마트팜을 하면 집에 갈 수 있겠더라고요." 공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서른 살 청년이 시골 마을로 귀농을 결심하게 된 건 스마트팜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었다.

농업과 기술의 만남은 뻔한 월급에 종일 회사에 얽매여 살아야 하는 '직장인의 한계'를 벗어나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꿈 꿀 수 있게 했다.

올해로 11년째 전남 화순군 청풍면에서 대추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이종혁(40) 리틀그린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화순에서 먼저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던 작은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농업에 발을 들였다.

농장 관리자로서 만난 토마토라는 작물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었다.

1년에 1∼2번 수확하는 다른 작물과 달리 1년 중 10개월을 재배할 수 있는 데다 인기와 수요도 꾸준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다른 작물보다 관리가 용이해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원격으로도 시설을 작동시킬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은 이 대표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했다.

스마프팜 모니터 살펴보는 이종혁 리틀그린 대표
[이종혁 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창문을 열어놨다가 비가 오면 닫으러 가야하고 겨울에는 온도를 맞추기 위해 보일러 관리를 해야 했다.

어디 멀리 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농장에 묶여 있어야 했다"며 "스마트팜을 적용하니 꼭 농장에 있지 않아도 돼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다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 자리를 비워도 되는 '프리랜서'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이런 장점을 누리면서도 이 대표가 생산한 토마토는 생산량과 품질에서 손에 꼽칠 정도로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2020년 전남도 생산량 측정에서 상위권에 들어 빅데이터 활용 우수농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토마토에 적용되는 '재배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경험을 노하우 삼아 재배 방법을 변형시키는 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를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면서다.

덕분에 로컬푸드 매장과 도매시장, 직거래까지 다양한 경로의 판로를 개척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성공적인 정착에는 꾸준한 자기 계발 노력도 숨어있었다.

그는 2020년 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하고도 2023년 전남농업마이스터대학 토마토 전공, 2024년 같은 대학 청년 CEO 과정을 잇달아 마쳤다.

전문성도 전문성이지만 다른 농업인들과 교류하면서 재배·판매 경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농사를 잘 지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경영인으로서도 역량을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틀그린 생산 대추 방울토마토
[이종혁 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은 고품질 기능성 토마토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을 주는 가바(감마아미노뷰티르산) 함유량이 높은 '가바 토마토'를 시범 재배하며 효능과 사업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 파머의 삶이 반드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토지를 확보하고 시설을 조성하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자연재해나 농산물 시세 등 외부적 요인이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점 등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아무래도 시골에 살다 보니 서울에 있을 때보다 문화·여가 생활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런데도 예비 청년 농업인들에게는 스마트팜을 이용한 농업 창업을 적극 추천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정책이 청년 농업인을 우대하고 있어 만 40세가 넘어가면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이 거의 없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귀농이나 농업 창업을 하려면 최대한 젊었을 때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iny@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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