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알아요'를 외치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을 따라 추던 엑스(X)세대도 오십 줄에 접어들었습니다.
넘쳐나는 활력에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어쩌다 보니 시니어가 된 세대, 연합뉴스는 86세대 중 처음으로 올해 노인연령(65세 이상)에 편입되는 1960년생부터 올해 50세가 되는 1975년생까지를 액티브한 시니어 세대, 즉 '액시세대'로 보고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액시세대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어떻게 이를 극복하는지 살펴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액시세대의 고용, 소비, 여가 등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매주 일요일 소개합니다.]
인테리어 자재업체 대표 배주현씨 [촬영 강종구]
(부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3남매 키우며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났더라고요.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재미있고 만족스럽습니다." 경기도 시흥에서 인테리어 자재 판매·시공업체를 운영하는 배주현(62)씨는 작년 1월 창업 전만 해도 인테리어 업종과는 별 관련이 없었다.
일반 음식점을 운영한 적이 있고 부동산 분야에서 일을 하곤 했지만, 인테리어 공사에 쓰이는 타일이나 조명기구를 납품하고 시공에도 직접 참여하는 업체를 운영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배씨가 인테리어 업종과 인연이 닿은 것은 2023년 '부천시 인생이모작지원센터'의 셀프 인테리어 필름 과정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부동산 일을 하면서 평소 실내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지만, 막상 필름을 자르고 붙이는 일이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필름을 사서 집에서도 계속 연습하고, 수업 시간에는 강사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배우다 보니 2개월 후 수료 시점에는 필름을 매끄럽게 재단해 가구에 붙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
인테리어 자재업체 대표 배주현씨 [촬영 강종구]
배씨는 수료 후에도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동아리에 가입해 1년 넘게 복지시설을 돌며 싱크대 상하부장이나 서랍장 등 낡은 가구에 새 필름을 붙이는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배씨는 결국 인테리어 관련 업종을 아예 본업으로 삼기로 마음을 먹고 작년 1월 시흥에 타일 판매·시공을 주로 하는 업체를 창업했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업체 운영이 만만치 않지만 배씨는 지금도 주변에서 건축·가구 박람회가 열리면 빠짐없이 찾아가 시장 동향을 살피고 샘플을 챙겨와 새로운 제품을 도입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창업 후에도 작년에는 수백만원의 수강료를 내고 3개월 넘게 강남 타일 학원에서 실무 업무를 배울 정도로 열정도 대단하다.
"저는 인테리어 전공자도 아니고 60살 넘어서 이런 걸 한다는 게 쉽진 않죠.
그런데 경기가 안 좋아도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일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무엇보다 너무 재미있어요.
앞으로도 많이 배우면서 계속 재미있게 일할 생각입니다."
부천시 셀프 인테리어 강좌 [부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씨 외에도 부천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강좌를 듣고 새로운 인생을 꾸려가는 신중년들은 적지 않다.
노명희(63)씨는 작년 센터에서 'AI 비서와 전자북 출간하기' 수업을 듣고 '사랑으로 가득 찬 날들'이라는 전자책을 출간했고, 김한수(55)씨는 셀프인테리어 수강 후 경로당과 복지관에서 맞춤형 가구를 제작하는 재능기부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부천시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확대 개편해 지난달에는 경기도 최초로 '신중년 노후준비지원센터'를 개관했다.
이모작센터가 교양·여가와 관련된 문화강좌 중심이었다면 신중년센터는 '노후준비지원법'을 근거로 50∼65세 신중년을 대상으로 건강·여가·재무·대인관계 등 노후 준비에 필요한 4대 분야의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조용익 부천시장 [부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천시는 민간 위탁 대신 시 직영으로 신중년센터를 운영하고, 필요 예산도 국비나 도비 지원에 의존하지 않은 채 전액 시비로 편성함으로써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부천시는 지난 1월에는 돌봄지원과에 '신중년지원팀'이라는 전담 부서를 신설해 신중년 지원 시책을 다양화하고 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50∼65세 신중년 지원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신중년 시민들이 생애 맞춤형 인생 설계를 미리 준비하고 건강하면서 활기찬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