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집인데 30층·10만 가구도 '거뜬해'…모듈러 건축 확장세
대형 건설사 규모·층수 경쟁…LH, 내년 3천 가구 발주2029년 세계 시장 201조원 규모 전망…"투자 확대해야"
오예진
입력 : 2025.05.04 07:05:00
입력 : 2025.05.04 07:05:00

[LH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 친환경 스마트 건설 기술인 모듈러(조립식) 공법이 세계적 추세로 떠오르며 국내 건설사와 공공기관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전 제작 방식을 통해 공사 기간을 줄이고 안정적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단층 주택뿐 아니라 고층·다가구 아파트 건설로도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다만 모듈러 건축이 활성화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더욱 많은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대형 건설사, 규모·층수 확대 경쟁…정부, 내년 3천 가구 발주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주택은 사전 제작 콘크리트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 중심으로 점점 고층화, 대규모화하는 추세다.
GS건설은 지난달 자회사 GPC와 PC 공법을 활용해 전용면적 59㎡와 84㎡ 타입 시험 건축물을 완공했다.
기존에도 PC 제품을 생산·판매했지만 이번 건축물은 30층 이상으로 건축 가능한 주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완공된 사례 중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13층 규모 경기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이 가장 고층이다.
국내 건설사 중 최대 가구 규모 모듈러 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한화 건설부문이다.
지난 2012년 이라크에서 '비스야마 신도시 건설 사업'을 시작한 한화 건설부문은 오는 2030년까지 총 10만80가구를 PC 공법으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3만여 가구가 완성됐고, 그중 2만1천480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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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 진출에는 삼성물산과 현대엔지니어링 도전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3년 인도네시아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와 모듈러, 신재생 에너지 등의 기술을 스마트시티 개발에 적용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같은 해 현대엔지니어링은 우크라이나 중부의 드니프로주 크리비리흐시와 '모듈러 건축 사업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맺었다.
모듈러 주택은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2030 LH OSC(탈현장건설공법) 주택 로드맵'을 공개하고 오는 2027년까지 세종시에 국내 최대 규모인 450가구 규모 모듈러 공공임대 주택을 짓겠다고 밝혔다.
LH는 지난달 18일에는 국내 최고층인 22층 높이의 '의왕초평 A-4블록' 모듈러 견본주택을 완성하고 전문가 대상 품평회를 열었다.
LH는 올해 1천가구, 2026∼2029년 연간 3천가구를 발주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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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9년 세계 시장 201조원 규모…"인력 감소에 투자 확대 필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천41억 달러(약 148조6천548억원)에서 2029년 1천408억 달러(약 201조624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철강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은 2019년 324억원에서 2023년 8천59억원으로 성장했다.
모듈러 주택은 부재의 80% 이상을 사전 제작해 기존 공법보다 공사 기간이 약 30% 줄고, 품질이 균일하게 보장되며, 필요 인력도 더 적다.
LH가 지난해 시작한 세종 현장의 경우 모듈러 1개를 제 위치에 놓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다.
3월에 대형 산불 피해를 본 경북 안동에는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인 2층 형태 모듈러 주택 18개 동이 20일 만에 설치됐다.

(안동=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18일 경북 안동시 권정생 어린이문학관 터에 설치된 안동시 1호 임시주택(모듈러주택)의 입주가 시작된 가운데 한 이재민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이곳에는 모듈러주택 18동이 설치됐으며 1동당 30㎡로 현관, 욕실, 침실, 발코니로 구성됐다.2025.4.18 psjpsj@yna.co.kr
다만 모듈러 주택 시장이 더욱 활성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국내 건축법상 13층 이상인 건물은 화재 시 주요 구조가 3시간 이상 견딜 수 있는 내화 성능을 갖춰야 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할 제품력을 갖추는 것이 큰 과제다.
모듈러를 운반할 도로나 들어 올릴 중장비 상황에 따라 제품 규격이 제한되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아직은 소규모 시장이어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공사비가 기존 방식보다 30% 정도 비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모듈러 주택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은 그 어느 산업보다 노동 의존적 생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숙련 기술자 감소와 고령화로 투입할 인력 자체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이런 탈현장 생산 방식이 계속 확대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듈러를 포함한 탈현장 생산 방식이 좀 더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등이 더 여러 면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ohyes@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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