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마지막 기회가 온다' 출간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미국, 중국 견제위해 북극 절실 러시아, 신성장 동력 발굴 야욕 북극항로 완전개통은 시간문제 한국은 미·러와 합종연횡 필수 부울경 국제거점항구 개발 등 경제영토 넓혀 실리 확보해야
1871년 통일 독일제국을 수립한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갈 때 그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임무"라는 말을 남겼다. 독일제국 초대 총리였던 그는 탁월한 외교술로 19세기 유럽의 세력 균형을 주도하고 독일이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오는 6월 선출될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신의 옷자락'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달 '대한민국, 마지막 기회가 온다'를 출간하는 그는 지난 9일 매일경제와 만나 "대(對)중국 견제를 노리는 미국과 러시아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패권 질서를 구축 중"이라며 "지구온난화 등으로 북극항로 완전 개통이 가시화된 지금 한국은 세계 패권의 중심부에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놓였다"는 말부터 꺼냈다.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 콜로라도광업대(CSM)에서 자원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대표 석학이다.
김 교수가 주목한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로다. 수에즈 항로와 비교했을 때 항해 거리를 30~40% 단축할 수 있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항로를 잡을 경우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면 약 2만㎞를 이동해야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1만4000㎞로 단축된다. 북극의 해빙 면적 급감으로 2030년 이후 연중 항해 가능한 상용화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세계 패권국들은 모두 강력한 해운국가로서 거점 항구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북극항로 시대가 본격화하면 19세기 영국 런던, 20세기 미국 뉴욕처럼 새로운 거대 항구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은 패권국으로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는 북극항로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로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한국은 그 틈새를 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패권 전략을 근거로 이 같은 '한·미·러의 합종'이 신기루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패권국 미국은 언제나 도전국을 억제하기 위해 제3국과 연대해 기존의 패권 질서를 유지하는 전략을 폈다"며 "작금의 도전국인 중국을 같은 방식으로 포위·압박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연대가 필수"라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미국과 연대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1+3 전략'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까닭이다. 1군 국가를 패권국 미국으로, 2군 국가를 중국·일본·유럽연합(EU)처럼 언제든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강대국으로 분류한다면, 강소국 위치에 있는 한국이 3군 국가로서 1군 국가와 연대를 강화하고 2군 국가를 압박하며 성장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 저출생·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50년 안에 베트남·태국같이 빠르게 성장 중인 '4군 국가'들에 역전당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미국과 연대하면서 자원이 풍부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약해 자원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는 '5군 국가'와 협력을 강화한다면 4군 국가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소련 해체 후 제조업 역량을 크게 잃은 러시아는 5군 국가로서 한국이 활용할 여지가 많다"고 부연했다.
차기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대러 제재 전격 해제를 비롯해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꼽은 까닭이다. 외교 파트너로 러시아의 비중을 높일 경우 심화하는 '미·중 양자택일' 방식의 외교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전통적 우방인 EU보다 러시아 편에 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한국이 러시아와 연대를 도모하면 실은 적고 득은 100배 많다"고 주장했다.
북극항로 개발 특수를 잡기 위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을 한국의 거점 항구로 개발할 것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부울경 지역은 북극항로의 필수 경유지인 대한해협에 면해 있어 지리적으로 이점이 높은데, 중국은 대등한 조건의 거대 항구를 이미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지분을 가져오려면 부울경 전체를 하나의 첨단 산업 기술 메가클러스터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