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대로 낮춰 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5개월 연속 경기 하방압력을 예고하며 국내 경기가 단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12일 OECD가 업데이트한 '경제전망'은 내년 한국의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8%로 예상했다. 올해 2.02%보다 하향 조정된 수치다. 특히 2% 선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OECD가 전망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7년 3.0%에서 10년 만에 1%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이다. 37개 OECD 회원국 중에서는 낙폭이 7번째로 컸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수준으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뜻한다. 이 지표가 1%대까지 하락했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잠재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자본투자 위축으로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전반에서 투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기술혁신이 정체돼 총요소생산성도 낮아졌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3월 전망에서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제시했고, KDI 역시 지난 8일 발표한 중장기 분석에서 2025~2030년 평균 잠재성장률을 1.5%로 제시한 바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일제히 1%대 전망을 내놓으면서, 한국 경제가 단기 조정이 아닌 장기적 침체 흐름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려의 신호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기 진단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KDI는 이날 '5월 경제동향'을 발표하며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 악화와 내수 회복 지연이 맞물리며,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주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수개월간 '하방 압력'이라는 표현을 유지했던 KDI가 이번에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침체 진입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표현했다.
건설업 부진과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위축은 내수와 대외수요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내수 역시 부진하다. 개별소비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승용차를 제외한 소매 판매는 0.5% 증가에 그쳤고,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 소비는 오히려 줄어드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