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거버넌스 개선 위해 한국판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해야"

거버넌스포럼 세미나…"이사 충실의무 민사소송 때 증거 확보 어려워 불균형 심각"
김태균

입력 : 2025.05.15 16:58:59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
[웹사이트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기업 이사가 주주 권익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판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당사자가 재판 전 상대방에나 제3자에게서 필요한 증거를 요구해 받는 절차로 영미권에서는 보편화한 증거공개 제도다.

소수주주 등이 이사에 대해 민사소송을 해도 부당행위를 입증할 증거는 사측이 대부분 갖고 있어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경제더하기연구소의 이용우 대표(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와 이처럼 주장했다.

이 대표는 "원고(피해자)가 이사회 회의록, 회계자료, 내부 보고서 등의 사내 내부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워 배임 입증책임 면에서 매우 불리하다"며 "결국 원고는 입증을 포기하거나 배임죄 형사 고소로 우회해 검찰의 강제수사에 의존하게 돼 '민사의 형사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민사소송이 검찰 소추에 의존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기업 경영자에 대한 형사 리스크 증가, 형사 처벌의 과잉, 기업활동 위축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며 "이런 입증책임 불균형을 해소하는 대안으로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양측 증거가 투명하게 공개돼 재판의 공정성과 효율이 개선될 수 있고, 기업 영업 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는 법원의 열람권한 제한 등 조처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또 디스커버리 제도를 기업 정보를 캐는 '낚시'로 악용할 위험성에 대해선, 쟁점과의 관련성이 소명된 증거만을 공개하도록 정하거나 재판부와 당사자가 사건 규모에 비례해 개시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한국은 형사 중심의 자의적 배임죄 적용으로 민사적 구제가 미흡하다.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외에 내부 고발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의 조처를 통해 민사 소송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고 '민사적 해결의 우선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투자업계와 학계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주주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잦아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악화시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촉발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국회에서는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 의무를 추가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기업의 법적 부담을 너무 늘린다'는 이유로 정부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돼 법제화가 불발됐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상장사에 한해 주주보호 의무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ta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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