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무역보다 대미협상부터…제주 APEC서 '그리어 면담' 경쟁(종합)

"각국 대표, 잠깐이라도 관세 논의 희망…제주서 가장 바쁜 장관"한미 사흘간 '릴레이 관세협상'…미중도 '제네바 합의' 닷새만 양자회담
김동규

입력 : 2025.05.15 17:09:16


그리어 대표 만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통상장관회의 개회식 직전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2025.5.15 jihopark@yna.co.kr

(서귀포·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고동욱 기자 = 1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원래 의제인 다자무역 협력보다 '미국과 일대일 면담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축에 드는 국가들의 무역 수장들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틀간 열리는 통상장관회의는 오는 10∼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의 통상 의제 등을 조율하는 자리다.

21개국에서 파견된 통상 장관들은 무역 원활화를 위한 혁신,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연결, 지속 가능한 무역을 통한 번영 등 3개 의제로 세션별 토의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참석자가 공식 행사보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 그리어 대표와의 대화 기회를 잡는 데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예측이다.

실제로 이날 그리어 대표가 회의 개막 시간에 맞춰 ICC 회의장에 들어서자 각국 통상장관들이 그를 찾아가 인사하고 악수하는 등 '눈도장'을 찍었다.

USTR 협상가 출신인 데이비드 볼링 유라시아센터 일본 무역 담당 이사는 "많은 통상 장관의 최우선 목표는 그리어 대표와의 일대일 면담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잠깐이라도 그리어와 관세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어는 제주도에서 가장 바쁜 통상 장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리어 대표 참석으로 이번 회의 참석자의 '급'이 높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회의 의장을 맡은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기자단 간담회에서 "20개국 통상장관들도 그리어 대표의 참석 여부가 가장 궁금해하는 사안이었다"며 "그리어 대표가 참석한다고 하니 차관이 온다고 한 곳이 장관으로 바뀐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 대표단을 보낸 나라 중 한국과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베트남 등 다수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표적' 명단에 올라 있다.

한국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그리어 대표와 양자 회담을 열어 미국이 예고한 25% 상호관세 부과 문제와 조선 등 산업 협력 문제 등을 논의한다.

이에 앞서 한국은 지난 14일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그리어 대표와 업무협의를 한 데 이어 이날 정 본부장이 그리어 대표와 양자 접촉을 갖는 등 사흘간 릴레이 협상을 이어간다.

중국의 국제 공조 형성 움직임을 막는 차원에서 그리어 대표 역시 여러 나라와의 면담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의 경우 이번 회의에 고위급이 참석하지 않는 만큼 그리어 대표와 양자 회담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더 나은 협상을 위해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회의장 안팎에서는 이번 행사 기간 제주에서 한일 양자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제네바 합의'를 통해 상호관세 인하에 합의한 미국과 중국이 다시 양자 회담을 통해 논의를 진전시킬지도 관심사다.

그리어 대표와 중국 측 참석자인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모두 제네바 합의의 주역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제주에서 제네바 협의 이후 닷새 만에 다시 양자회담을 열어 관심사를 논의했다.

다자간 협력을 통한 자유무역의 확대를 추구하는 APEC에서 양자 회담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트럼프 시대가 초래한 아이러니다.

그 결과 APEC의 궁극적인 목표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볼링 이사는 "몇몇 참석자들이 다자간 무역 활성화를 논의하려 시도할 수 있겠지만, 대세를 거스르는 일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kkim@yna.co.kr sncwoo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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