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銀·네이버 'NN동맹'…취약층 대출 풀것

김정환 기자(flame@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입력 : 2025.05.18 17:46:32 I 수정 : 2025.05.18 17:49:45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부동산·쇼핑 데이터로 신용평가 정교하게
거래이력 부족한 사람도 대출 길 열어줘
네이버페이서 NH증권 연계 주식거래
취임 일성은 '디지털 리딩뱅크' 복원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사업화도
'제4인뱅' 투자로 소상공인 특화서비스




◆ 비즈니스 리더 ◆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최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차기 디지털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NH농협은행이 한때 국내 디지털뱅킹 맹주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0년 일찌감치 인터넷뱅킹을 도입했고, 2004년 최초로 통장 없이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는 전자금융 상품을 개발했다. 2018년에는 여기저기 흩어진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키웠다.

'농촌 이미지'를 벗고 과감하게 디지털 퍼스트무버 전략을 채택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은행권 디지털 전환 경쟁이 치열해졌는데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 안주했다.

농협은행 특성상 오프라인 점포가 많고 고령층 이용자가 많다는 것도 발목을 잡았다. 경쟁자들 추격은 빨라졌다. 올해 3월 기준 농협은행 간판 앱인 올원뱅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50만명으로 5대 시중은행 중 꼴찌다.

지난 1월 농협은행 사령탑에 오른 강태영 행장 취임 일성은 '디지털 리딩뱅크'다. 농협은행이 원래 갖고 있던 디지털 본능을 깨워 다시 업계 선두로 올라선다는 포부다. 강 행장은 농협은행 디지털전략부장,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 등을 맡으며 디지털 전환(DX)부터 인공지능 전환(AX) 분야까지 두루 섭렵한 최고 전문가로 평가된다.

농협은행에서 디지털 분야에 가장 오랜 경험을 가진 강 행장은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과의 제휴는 물론 스테이블 코인(원화·달러화 등 법정 화폐가치와 연동된 가상자산)을 비롯한 가상자산 관련 사업 로드맵까지 짜고 차근차근 실현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그를 만나 농협은행 성장 전략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디지털 금융 전문가가 보는 금융사 차기 먹거리는.

▷비금융 데이터 결합과 제4 인터넷전문은행, 가상자산 사업이다. 먼저 데이터 결합 분야에서는 최근 네이버와 손잡고 양사가 갖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혜택을 늘린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주축이 된 소호뱅크 컨소시엄에 공동 투자해 소상공인에 특화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해 원화와 엔화 간 송금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가상자산 분야 사업도 개척한다.

―네이버와 협력으로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는.

▷농협은행과 네이버 간 'NN 동맹'으로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키울 것이다. 네이버쇼핑 데이터를 보면 사람들이 어떤 식당에서 얼마를 썼는지, 어떤 색깔 제품을 샀는지, 어떤 사이즈 제품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세부 정보가 있다. 부동산·지도 데이터도 방대하다. 이를 활용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면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고객을 더 정교하게 발라낼 수 있다. 종전까지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신파일러'(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자금을 조달하는 길을 넓힐 수 있다.

―네이버와 협의 중인 추가적인 사업이 있나.

▷은행뿐만 아니라 범농협 차원으로 협력을 확대한다. 네이버 간편 결제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해 취약계층 바우처 사업과 교통카드 관련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의 NH멤버스포인트와 네이버포인트를 상호 교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하나로마트에서 네이버 안면 인증 결제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네이버페이에서 NH투자증권과 연계해 주식 간편 매매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진행한다.

―소호뱅크에 투자하고 제4 인터넷은행에도 뛰어들었는데.

▷KCD는 많은 소상공인 데이터가 있고, 농협은행은 전국 영업점에 강력한 대면 채널 경쟁력을 보유했다. 이 강점을 합치면 지역 소상공인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단순히 담보나 재무제표 위주로 평가했던 데서 벗어나 실제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대출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소호(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앞으로 KCD와 협업해 소상공인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고 경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자 서비스를 확장해 나간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농협은행은 뭐가 달라지나.

▷컬래버레이션(협업) 금융상품, 통장, 카드가 나올 수 있다. 고객 니즈를 끝까지 충족시켜줄 수 있다. 예컨대 농협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네이버 대출비교 플랫폼으로 넘어가 다른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농협은행을 찾은 고객이 헛걸음하지 않고 다른 데서 배고픈 대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네이버는 고객을 얻고, 농협은행은 소개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가상자산시장 사업 계획은.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 가능성을 키운다. 지급 결제와 자산 토큰화 등 해외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가상자산기본법 등 관련법 법제화 방향에 맞춰 구체적인 사업화 전략을 마련한다.

―대선 후보들이 '1거래소·1은행' 규제 철폐 공약을 내놨다.

▷과거 빗썸이나 코인원 등 가상자산거래소와 입출금 계좌 제휴를 유지했던 노하우가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가상자산거래소 제휴 파트너와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1개의 가상자산거래소가 1개의 은행하고만 제휴할 수 있는 1거래소·1은행 규제 도입 당시보다 가상자산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 등으로 시장도 성숙했다. 복수 은행 허용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다.



강태영 은행장 △1966년 경남 진주 출생 △1991년 건국대 축산학과 학사 △1991년 농협중앙회 입사 △2017년 NH농협은행 전략기획단장 △2018년 NH농협은행 올원뱅크사업부장 △2019년 NH농협은행 디지털전략부장 △2023년 NH농협은행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부문장 △2024년 NH농협캐피탈 부사장 △2025년 1월~ NH농협은행 은행장

[김정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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