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대표 인터뷰 고금리에 자금 회수시장 위축 인수시 독과점 규제 완화 필요 IPO 활성화 대책도 있어야
"정치권에서 나오는 인공지능(AI) 펀드 100조원 '투자'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회수'시장 활성화입니다. 국내 회수시장(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이 비활성화돼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20일 서울 여의도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사무실에서 만난 기동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대표(사진)는 위와 같이 조언했다. 자본금 약 1000억원의 중소형 증권사인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이하 신기사) 라이선스를 2016년 취득하며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산일전기, 뉴로메카 등에서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MOIC)이 약 1.8배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다. 그 덕분에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운용하는 신기사 조합의 지난 9년간 누적 연 환산 수익률(IRR)은 13%에 달하며 현재 운용자산(AUM)은 6080억원이다.
벤처스타트업 투자전문가인 기 대표는 "지난해 벤처스타트업 투자액이 약 6조원대로 소폭 반등했지만, 회수시장은 고금리 지속 여파로 M&A·IPO가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 시장을 진단했다. 회수시장을 살려야 스타트업 투자자·창업주가 돈을 벌게 되고, 해당 돈이 다시 스타트업에 재투자되면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데, 투자액 회수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 대표는 해법으로 M&A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 독과점 규제 완화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 시스코가 수십 개의 사이버 보안업체를 M&A하며 관련 생태계를 조성했듯이, 자금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더 인수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신사업 스타트업에 한해 대기업 인수 시 독과점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IPO 활성화를 위한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편도 필요하다. 2023년 매출액 뻥튀기 논란으로 불거진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기술특례 IPO 기업에도 '예상 매출액'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술 스타트업들이 본업인 기술 개발보다 단기 매출 달성에 주로 매달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 대표는 "항암제를 개발해야 하는 회사한테 화장품을 팔라는 꼴"이라며 "미국처럼 매출이 아니라 기술 진척도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IPO 이후 5년간 기술 진척도 목표를 설정하고, 대주주와 기존 투자자들의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기간에 록업을 걸어둘 것을 제안했다. 목표를 달성해야만 록업이 해제되게끔 하면 시장 신뢰를 회복하면서 IPO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 대표는 민간 투자자도 단기 차익이 아니라 '긴 시야'를 가지고 투자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자율주행 보안 솔루션 기업인 아우토크립트에 네 차례에 걸쳐 투자했고, 아우토크립트는 최근 2000억원대 기업가치로 상장을 앞두고 있다.
기 대표는 "모태펀드·성장금융으로부터 받은 정책자금을 아우토크립트에 투자해 성공한 사례"라며 "투자자와 스타트업은 장기적 시각으로 동반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