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세퇴거자금대출, 다주택자는 ‘0원’…빌라 세입자들 불안 커진다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김유신 기자(trust@mk.co.kr)

입력 : 2025.07.06 19:40:25
수도권 규제지역서 대출 막혀
서울빌라 4채 중 1채가 역전세


서울시내 빌라촌 전경.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규제지역 안 다주택자는 세입자 전세보증금 반환용 퇴거자금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6·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유주택자’는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상한을 1억원으로 낮춘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역시 1주택자에 한정된 것이고 2주택 이상인 경우 아예 안 된다고 못박은 것이다.

6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6월 28일 이후 맺어진 전세계약의 경우 다주택자에게는 전세퇴거자금대출이 금지된다”는 세부 지침을 최근 금융권에 전달했다. 금융권에서는 연립주택·다세대주택(빌라) 역시 보유 주택 수 산정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에 빌라 한 채씩 보유하고 있는 소유주라면 수도권 빌라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나가겠다 통보할 때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 지역도 4건 중 1건이 ‘역전세’에 해당할 정도로 전세가 하락이 빈번하게 나타나 전세금 반환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씨가 소유한 수도권 빌라에 B씨가 2억원을 내고 전세를 살다 퇴거를 통보한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역전세 현상으로 전세가가 1억원으로 떨어지면 A씨는 퇴거자금대출 도움 없이 추가금 1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빌라 전세 거래의 24.6%가 역전세로 집계됐다.

빌라로 분류되는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은 매매 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적어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경우보다 전세 세입자를 끼고 구입하는 ‘갭투자’가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맡겨놓은 전월세 세입자가 빌라 거주자의 대부분인 상황에서 집주인에 해당하는 다주택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용도의 대출마저 막아버리면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및 집값 상승폭이 일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단지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빌라의 전세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 같은 비아파트 공급도 계속 줄어들며 공급 부족 상황도 악화시키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준공은 1813가구로 작년 동기(2954가구) 대비 38.4% 감소했다. 4년 전인 2021년 1~5월(1만517가구)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모두가 아파트에 거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마지막 거주 보루와 같은 빌라 공급이 위축되면 주거 안정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만들어진 ‘임대차3법’도 새 규제와 맞물려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2항에 따르면 전세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최대 ‘2+2년’을 살 수 있다. 특히 갱신된 2년 동안에는 세입자가 원하면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임대인은 3개월 내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줘야 한다.

해당 규정과 ‘6·27 대책’을 종합해 보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퇴거자금대출도 안 나오는데 3개월 내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이때 역전세라도 발생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에 수도권 고가 아파트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초강력 규제’에 애꿎은 빌라 소유주와 세입자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년 빌라 위주로 발생했던 ‘전세 사기’에 이어 다시 한번 빌라 시장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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