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필수' 방사성 악티늄·요오드 국내 생산 길 열렸다(종합)

전량 수입 악티늄, 원자력의학원 생산 허가…요오드 생산 GMP 허가도원자력의학원, SK바이오팜 등 4개 기업과 '알파신약 연구협의체' MOU방사성의약품 기업들 "안정적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망, 신약 개발에 필수"
조승한

입력 : 2025.05.22 16:04:16


방사성의약품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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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전량 수입에 의존해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암 치료 방사성동위원소 악티늄(Ac-225)과 요오드(I-131)를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할 길이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지난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사이클로트론(입자 가속기) 기반 악티늄 생산 허가를 획득해 국내 최초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고 22일 밝혔다.

방사성동위원소는 방사선을 방출해 치료나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물질이다.

암세포 등에 결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물질인 표적 리간드를 더하면 방사성의약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악티늄은 신경내분비암 및 전립선암 환자 치료에 주로 쓰이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자들은 일부 임상연구 참여를 제외하고는 해외에서 치료받아야 했다.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성 라듐(Ra-226)에 양성자빔을 쏘아 방사성 악티늄을 만들고 화학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현재 악티늄 전 세계 생산량은 67기가베크렐(G㏃)이지만 수요는 1천850G㏃을 초과하고 있다고 원자력의학원은 설명했다.

김경민 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장은 현재는 생산 허가를 받고 시설을 변경하는 과정으로 검사가 마무리되는 12월 첫 생산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는 한 차례에 환자 3~4명을 치료할 수 있는 1~2 밀리큐리(mCi·1큐리는 라듐 1g의 방사선량) 악티늄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며 장기적으로 생산량을 10~15배 늘리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김 소장은 밝혔다.

최근 해외 공급이 중단된 갑상샘암 치료용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도 지난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품목허가를 받으며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활용한 생산 및 공급 체계를 갖췄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원자력연에 따르면 하나로로 연간 약 2천큐리 요오드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 수요 1천537Ci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완제의약품 제조사 중 하나로 생산 원료를 등록한 기업이 없어 품목허가 변경이 필요하다고 원자력연은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서울 노원구 원자력의학원에서 '의료용 동위원소 자립 및 방사성의약품 개발 촉진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어 방사성의약품 기업 및 핵의학 전문가들과 방사성의약품 국내 공급체계를 논의했다.

간담회에서 김용균 한국방사선진흥협회 부회장은 최근 산학연 실태조사에서도 악티늄과 요오드가 국산화 우선 요구 품목으로 꼽혔다며 '핵심 동위원소에 대한 국가 차원 수급 관리 체계'를 제안했다.

그는 "2009년과 2016년, 2022년 외국 원자로가 가동 중단하면서 국내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며 "결국 해결 방안은 국산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관리체계 구축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를 지난달 시작했으며, 협회에서도 내년까지 생산정보 및 유통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업들은 악티움과 같은 새로운 방사성 동위원소가 원활히 공급되는 체계를 갖추는 게 방사성의약품 신약 개발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권 셀비온[308430] 대표는 "지난해 악티늄 공급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니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도 임상을 진행하다 강제 중단하기도 했다"며 "전 세계가 아직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임상을 계획해도 적극적으로 못 하는데, 이번 구축으로 필요한 시기에 잘 공급된다면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대윤 퓨쳐켐[220100] 대표는 "어떤 동위원소로 신약을 개발하냐는 공급 상태를 보고 시작하는데, 저희는 루테튬밖에 안돼 이를 선택했다"며 "임상을 들어갈 때 어떤 게 경제적이냐가 키인 만큼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선관 SK바이오팜[326030] 부사장은 "기초나 연구개발에서도 악티늄이 없어서 활발하게 연구를 못 하는데 작은 양도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해외에서 들어오면 반감기 때문에 매출원가에서 큰 제약사와 지고 가는 게임인 만큼 관리 프로세스가 중앙집권적으로 잘 되면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성의약품의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중 규제를 받아야 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김 부회장은 "원안위 허가가 떨어져야 식약처 허가를 받는 절차가 시작된다"며 "규제 2개가 병렬로 진행만 돼도 시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국가바이오위원회를 통해 방사성의약품을 10대 바이오 R&D 투자 분야로 설정했다"며 예산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 이후 원자력의학원은 SK바이오팜, 새한산업, 셀비온, 퓨쳐켐 등 4개 방사성의약품 기업과 '알파신약 연구협의체' 구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이들은 악티늄, 아스타틴(At-211) 등 알파입자 방출 동위원소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 및 규제개선안 마련,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발굴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원자력의학원은 공급망 확보를 위해 두 방사성동위원소를 전용으로 생산하는 사이클로트론 도입도 필요하다 제안하기도 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악티늄과 요오드의 경우 올해 내 국내에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고 "정부도 동위원소 생산 인프라 구축, 방사성의약품 개발 R&D 지원 확대 등 핵심 동위원소 100% 자급을 위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hj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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