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혁신? 투기? 넥슨의 블록체인 도전 '메이플스토리N'

김주환

입력 : 2025.05.24 11:00:00


메이플스토리N 로그인 화면
[게임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코로나19 시기 국내 게임업계에 불던 블록체인 게임 열풍 속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던 넥슨이 2025년 '메이플스토리N'으로 코인 게임판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넥슨 자회사 넥스페이스가 개발해 지난 15일 출시한 '메이플스토리N'은 2022년 처음 발표된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핵심 게임이다.

P2E(Play to Earn), 즉 '돈 버는 게임'이라고 알려진 블록체인 게임은 한국 시장에서 등장 초기부터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게임 이용 결과에 따른 일체의 경품 지급과 환전을 금지하고 있어 합법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플스토리N'은 한국 게임 기업이 한국산 IP(지식재산)로 만들었지만 정작 한국에서의 접속은 차단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조금 번거로웠을 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으로 우회해 접속하면 거의 모든 콘텐츠를 지장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사용자환경(UI)도 부분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고, '메이플스토리N'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넥스페이스(NXPC) 코인은 게임 출시와 맞물려 빗썸, 업비트 같은 국내 메이저 원화 거래소에 상장됐다.

개발 과정에서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합법화를 일정 부분 염두에 둔 선택으로 읽힌다.

메이플스토리N
[게임 화면 캡처]

◇ 블록체인 게임, 과연 '쌀먹'일까…하루 종일 하고 600원 벌어 블록체인 게임에 가장 자주 붙는 수식어가 이른바 '쌀먹'이다.

'쌀먹'은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팔아 그 돈으로 쌀을 사 먹는, 즉 생계형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에 대한 멸칭이다.

메이플스토리N과 같은 블록체인 게임은 이용자들 간 일종의 지하경제에서 일어나던 아이템 현금 거래를 코인 매개로 양성화한 게임이다.

이용자들은 게임 속에서 몬스터를 사냥해 게임머니 네소렛(NESOLET)을 얻고, 이 네소렛을 블록체인상의 토큰인 네소(NESO)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네소는 마켓플레이스에서 게임 캐릭터의 장비, 치장용 아이템, 캐릭터 강화를 돕는 소모품 등을 거래할 때 사용된다.

심지어 캐릭터 그 자체도 거래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가상화폐 NXPC가 여기서 등장한다.

NXPC는 개당 10만 네소 비율로 환전이 가능하다.

원화 거래소에서 구매한 NXPC를 메이플스토리N으로 옮겨 네소로 환전하거나, 메이플스토리N에서 차곡차곡 네소로 모아 NXPC로 바꾼 뒤 거래소에서 판매해 현금화가 가능한 셈이다.

이런 기능은 게임플레이를 3∼4시간 정도 하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는 임무 수행을 통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

네소와 NXPC의 환전 비율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네소 모으기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주말에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며 레벨 80까지 캐릭터를 키우는 동안 열심히 주운 네소는 2천여개에 불과했다.

여기에 근근이 떨어지는 캐릭터 치장용 아이템 뽑기용 재화 '플로린'을 팔아 번 돈이 약 2만 네소다.

국내 거래소 기준 NXPC 시세는 개당 3천원 안팎.

날씨가 화창했던 지난 일요일, 게임으로 돈을 벌어보겠단 일념 하나로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게임을 하고 약 600원을 손에 쥔 것이다.

높은 레벨이 되면 네소와 아이템 수급률이 훨씬 높아진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한 시간에 2만∼3만 네소, 즉 600∼9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2025년 기준 국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이다.

아무런 위험도 지지 않고 쉽게 돈 버는 방법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교육적인(?) 경험이었다.

수천 달러에 거래되는 게임 아이템
[홈페이지 캡처]

◇ 진일보한 블록체인 게임 경험 보여준 넥슨…리스크도 상존 그렇다고 '메이플스토리N'이 마냥 우습게 볼만한 게임은 아니다.

아이템과 재화를 블록체인상에 민팅하고, 이를 거래한 다음 다시 그 결과물을 게임 안으로 가져오는 일련의 과정은 현재까지 나온 그 어떤 블록체인 게임보다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구현됐다.

또 누구나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임에도 게임사가 이용자에게 판매하는 유료 아이템도 일절 없다.

게임사는 NXPC를 발행하고, 이용자 간 거래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아 챙길 뿐이다.

2022년경부터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해온 넥스페이스의 고민과 기술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이 게임에서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회복용 소모성 아이템과 보너스 경험치, 네소를 빼면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대신에 게임을 하다 보면 일종의 아이템 복권인 '래플'에 응모할 기회가 다양한 경로로 주어지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낮은 확률로 아이템을 얻게 된다.

래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수의 희귀 아이템은 이미 원본 메이플스토리 수준의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네소와 아이템을 자동으로 끌어당기는 이른바 '자석 펫'은 최소 가격이 4천만 네소(약 120만원)가 넘고, 고성능 무기 아이템의 경우 1천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거래됐다.

게임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방증이지만, 현금화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시스템상 도박성이 짙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임 아이템
[게임 화면 캡처]

위메이드[112040]의 게임 코인 위믹스가 유통량 공시나 해킹 문제로 치른 리스크가 '메이플스토리N'에서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XPC의 총발행량은 10억 개로, 이 중 실제 시장에 풀린 물량은 16.9%, 시가총액은 약 3억5천만 달러(약 4천800억원)에 달한다.

백서에 따르면 NXPC는 초기 분배량 20%를 제외하면 80%는 일정한 반감기를 가지고 시장에 유통된다.

시장에 풀린 NFT 물량에 따라 공급량이 조정되는 장치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80% 이상의 가상화폐 물량이 발행사 측에 있는 만큼, 유통 과정에서 신뢰를 잃을 경우 이용자 이탈은 물론 법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상존한다.

넥슨이 간판 IP를 통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블록체인 게임 실험 '메이플스토리N'의 성패는 향후 국내 웹3 게임의 인지도와 성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juju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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