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시장 재편 신호탄…'일 철강공룡' 맞서 韓철강사 시험대

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시 세계 톱3 반열…미 고급강 시장서 한일 격돌 현대제철·포스코 미 제철소 투자 및 대미 철강 수출 전략 영향
이슬기

입력 : 2025.05.25 15:38:38


일본제철
[A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세계 최대 철강 소비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울렸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일본제철은 단숨에 글로벌 톱3 철강사로 부상하며 미국 내 입지를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의 관세 장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 카드를 꺼낸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로서는 일본의 '철강 공룡'과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 철강 업계는 그동안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장기 침체를 겪어온 상황에서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부터는 미국발 철강 25% 고율 관세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제는 미국 내 고부가가치 강재 시장에서도 일본제철과 US스틸 연합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와의 일전을 피할 수 없게 된 모양새다.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공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현실화할 경우 일본제철은 그동안 동남아, 인도 등에서 생산 거점을 확대해온 데 이어 북미 지역에서도 생산 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의 인수 승인을 전제로 신규 제철소 건설을 포함해 US스틸에 총 140억달러(약 19조5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최고 40억달러(약 5조5천억원) 규모의 신규 제철소 건설 계획도 포함됐다.

미국은 막강한 조강 생산국이자 소비 시장으로, 건설용 강재 수요뿐 아니라 전기차 산업 성장과 맞물린 고급 강재의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인수함으로써 향후 미국 내 고부가가치 강재 수요 증가에 직접 대응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개최
(서울=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왼쪽부터 트립 톨리슨 서배너경제개발청(SEDA) 청장,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 호세 무뇨즈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조태용 주미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 존 오소프 연방 상원의원,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 카터 인핑거 브라이언 카운티 위원회 위원장, 안나 샤핀 브라이언 카운티 개발청장.2022.10.26 [현대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에 따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동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한 미국 내 사업 전략에서도 일본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공동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자 규모는 총 8조5천억원에 이른다.

산업연구원 이재윤 박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예상했던 일로, 미국뿐 아니라 인도 등 여러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 철강 업계엔 위험 요인이 된다"며 "그런데도 미국 시장의 유망성 등을 보고 한국 철강 업계도 현지 진출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측면에서도 도전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철강 25% 관세로 대미 수출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본제철·US스틸 연합의 현지 생산이 증대한다면 한국산 철강 제품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에서는 자동차 강판, 강관류, 도금강판, 가전용 냉연제품 등 일본제철과 한국 철강사들이 공통적으로 생산하는 제품군을 중심으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강판 기술력을 보유한 라이벌로 꼽히는 만큼, 미국 시장 내에서 가격·원가 경쟁력, 고급강 시장에서의 제품 경쟁 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장기적으로 일본이 미 현지에서 철강 제품을 본격 생산하면 자동차, 가전, 강관 등 철강 각 분야에서 고급강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US스틸 미국 공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미국 시장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철강사별로 제품 포트폴리오와 주요 고객군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어 당장 한국 철강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현대차 위주로 제품을 판매하고, 포스코는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만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이 나더라도 '승자독식' 구도가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이번 인수가 일본제철엔 오히려 '승자의 저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철강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꾸준히 이어질지도 의문인데, 수요산업이 침체한다면 대규모 투자의 악영향도 상당할 것"이라며 "미국 내 강성 철강노조와 연금 등도 일본제철에는 리스크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wis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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