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에 삼겹살, 동남아 홀렸다…불티나는 현장 필리핀 가보니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입력 : 2025.05.28 16:03:11
입력 : 2025.05.28 16:03:11
동남아 핵심 소비국가 등극
초기 유행한 과일소주 지고
일반소주 판매 비중이 70%
K문화서 ‘삽겹살·소주’ 배워
교민보단 현지인이 더 찾아
해외수출 첫 1500억원 돌파
초기 유행한 과일소주 지고
일반소주 판매 비중이 70%
K문화서 ‘삽겹살·소주’ 배워
교민보단 현지인이 더 찾아
해외수출 첫 1500억원 돌파


지난 1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한식 프랜차이즈 식당 ‘삼겹살라맛’. 테이블에 놓인 상추에 마늘과 삼겹살, 진로 소주 1병의 모습은 서울의 어느 식당이라고 해도 믿을 만했다. 이곳에서 만난 로즈씨(22)는 “한국 드라마 장면에서 소주 먹는 장면을 보고 맛이 깔끔해서 즐겨 찾게 됐다”며 “주로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에 1~2번 과일소주를 마신다”고 말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K푸드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좀처럼 뚫기 어렵다는 해외 주류시장에서도 K소주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동남아, 그 중에서도 필리핀은 단순히 소주뿐 아니라 ‘소주와 삼겹살’ 같은 한국 음식 문화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K소주의 영토확장 선봉에 선 기업은 다름아닌 하이트진로다.
회사측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에서 진로 소주 판매량은 동남아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필리핀이 명실상부 K소주의 핵심 소비 국가로 올라선 것이다. 2019년 마닐라에 판매법인이 설립된 이후부터는 판매가 계속 늘며 2022~2024년 판매액이 연평균 41.7% 성장했다. 하이트진로의 현지 소주 시장 점유율은 무려 67%다.
과거엔 주로 필리핀에 사는 한국 교민들이 주소비층이었지만 지금은 현지인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실제로 현지에서 70여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한식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에선 진로와 함께 식사를 즐기는 현지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K소주는 유통 채널에서도 현지인들이 많이 구매하는 제품군이 됐다. 현지 서민들이 자주 찾는 마트 퓨어골드에서 일하는 마리 필 레예스(42) 하이트진로 MD(상품기획자)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삼겹살과 소주 문화를 접한 소비자들이 많다”며 “실제로 먹어본 이후 만족도가 높아 자연스럽게 마트서도 소비한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의 현지 납품을 담당하는 교포 강정희 K&L 대표는 “최근 블랙핑크 ‘로제’의 유튜브 영상(아파트 뮤직비디오)으로 인해 소주 인기가 더욱 상승했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에선 이른바 ‘소맥’(소맥+맥주)이 소개된다.
하이트진로는 삼겹살라맛·현지 한식당 ‘로맨틱 바보이’와 손잡고 한국 음식과 소주의 페어링 문화를 현지에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통되는 소주의 판도도 완전히 바뀌었다. 외국인에게 ‘입문용 소주’로 자리 잡았던 과일소주 대신 일반소주의 판매가 더 많아졌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내 소주 판매에서 일반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8%에 달했다. 현지에서도 한국처럼 소주 본연의 맛을 찾아 ‘오리지널’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주가 필리핀 시장을 빠르게 파고든 데에는 하이트진로의 남다른 영업전략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는 현지 유통 채널을 공격적으로 뚫어 소주에 대한 현지인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예컨대 현지 최대 주류 유통사인 PWS(Premier Wine&Spirits)을 파트너로 잡아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전국 약 4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에 폭넓게 입점할 수 있었다.
이날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시에 있는 창고형 할인점 S&R에서 만난 퀸 마치도씨(20)는 ‘진로’ 소주 시음 코너 앞에서 “K드라마 때문에 진로 소주를 알게 됐는데, 1주일에 1번은 즐긴다”며 “이곳 할인점에서 주로 과일소주보단 녹색 뚜껑 ‘후레쉬’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의 성장세가 더해지면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소주 해외 매출 1500억을 달성했다. 최근 3년(2021~2024) 동안 일반소주와 과일소주의 수출액은 한 번도 꺾이지 않은 채 성장해왔다.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2030년까지 소주로만 해외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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