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 무슨일이…하루밤 12조원 ‘특급 이송작전’

임성현 기자(einbahn@mk.co.kr),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입력 : 2023.03.24 18:47:36 I 수정 : 2023.03.24 20:11:16
6년만에 셋방살이 끝낸 韓銀
지상 16층 통합별관으로 이전


이사 중인 한국은행. [한주형 기자]
한국은행이 6년간의 ‘셋방살이’를 끝내고 100년 넘게 이어오던 ‘남대문 시대’로 돌아간다. 지난 2017년 건물 재건축을 위해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으로 옮겼다가 이번에 새로 단장한 본점으로 다시 이사하는 것이다.

6년 전 이사때 한은 강남본부에 임시 보관했던 11~12조원에 달하는 현금도 극비 수송작전을 통해 리모델링을 마친 본관 지하 금고로 조만간 다시 옮겨진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다음달 말까지 한 달간 이창용 총재를 비롯한 집행부는 물론 삼성생명 본관, 소공동 별관, 강남본부 등에 흩어져 있던 28개 부서가 남대문 3가에 위치한 본점으로 입주한다.

기존 본관 일부와 1별관을 허물고 새로 통합별관을 지었다. 지하 4층·지상 16층 규모다. 본관과 통합별관에 지역본부를 제외한 한은 인원 1600여 명이 모이는 것이다. 화폐박물관과 붙어있는 2별관은 방문자 대기 장소로 사용된다.

한은은 1950년 한국전쟁 때를 제외하고는 1912년 일제가 건립한 조선은행 시절부터 줄곧 남대문을 지켜왔다. 지금은 화폐박물관으로 쓰이는 건물이 당시 본관이었다. 조직과 인원이 늘어나면서 1932년 2별관, 1964년 1별관을 지었고 1987년에는 본관을 새로 지었다. 2005년에는 본관 맞은 편에 위치한 소공동 별관도 매입해 사용했다.

지난 2017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규모 이전 작전이 펼쳐진다. 한은은 국내 금융결제시스템의 ‘허브’인만큼 전산시스템 이전과 신규 구축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서도 업무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각종 보안 문서와 집기들을 옮긴다. 이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 등은 다음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에 이사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작업의 ‘하이라이트’는 현금 이송이다. 옛 본점 지하에 있던 현금은 2017년 당시 극비리에 강남 본부로 옮겨진 바 있다. 당시에는 본점 이전에 앞서 현금 먼저 옮겼지만 이번에는 인력과 사무실 등을 먼저 옮기고 현금은 추후에 별도 일정에 따라 옮길 예정이다. 일정과 방식이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을 만큼 현금 이송 작전은 한은 내에서도 ‘1급 비밀’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현실성을 떠나) 만에 하나라도 있을 현금 탈취 가능성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2004년 개봉한 ‘범죄의 재구성’은 한은을 터는 상상을 담은 영화였다.

이송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본부에선 공개적으로 이송 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지난 2012년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신축 건물로 이전하면서 공개적으로 현금을 옮겨 화제가 됐다. 당시 현금수송용 특수트럭 한대가 무장경찰이 탑승한 경찰차 호위를 받으며 신축 건물을 8차례 왕복한 끝에 지하금고에 있던 현금을 옮겼다.

한은이 금고에 보관 중인 현금은 시중에 방출하기 전의 신권이나 미발행 화폐 등이다. 규모는 11~12조원에 달하는 알려졌다. 통상 10㎏짜리 사과 상자에 5만원권을 가득 채우면 12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사과상자 1만개 규모의 현금이 강남에서 남대문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해외 중앙은행과 달리 한은 금고에는 금이 없다. 현재 한은이 보유한 금은 104.4t으로 매입가격 기준 47억9000만달러(약 6조1800억원)어치다. 한은은 런던 금시장에서 거래 편의성을 감안해 영란은행에 보관료를 내고 금을 보관 중이다.

한은은 이번에 건물을 신축하면서 지하 금고도 새단장을 했다. 김천선 한은 별관건축본부 기획반장은 “기존 중앙 금고가 낡아 이번에 완전 자동화 금고로 현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본점 재건축에 따른 이전을 제외하면 1950년 한국전쟁 때 한 차례 대규모 이송이 있었다. 북한군이 남침을 한지 이틀뒤인 6월 27일 군트럭을 이용해 한은 본점(현 화폐박물관) 지하의 금괴를 진해에 위치한 해군 부대로 부랴부랴 옮긴 것이다. 당시 한은 금고에는 순금 1070㎏과 은 2513㎏을 담은 금괴 89상자와 미발행 조선 은행권 40억원이 보관돼 있었다.

당초 한은은 창립 70주년인 2020년 본관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공사 입찰 소송과 코로나19 등으로 공사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 한은은 삼성본관 건물을 3년간 임차했다가 연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은은 공사 입찰을 진행했던 조달청을 상대로 최근 임대료, 원상복구 비용 등 5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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