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 확실] 美전문가들 "中과의 관계 설정·한미 무역협상이 첫 도전"
"이재명 정부, 미중 관계 악화 속 한중 관계의 급진전엔 신중해야""韓, 국방예산 선제 증액 검토해볼만"…"한미협의로 주한미군 감축 막아야"
조준형
입력 : 2025.06.04 00:48:16 I 수정 : 2025.06.04 01:14:27
입력 : 2025.06.04 00:48:16 I 수정 : 2025.06.04 01:14:27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선대위원장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2025.6.4 [공동취재] utzza@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송상호 특파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일 치러진 한국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유지·발전 사이에서의 '좌표 설정'이 향후 이재명 정부의 숙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對)중국 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의 태세를 조정하려 하는 데 대해 한미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 속에, 일부 전문가는 한중관계 발전의 속도를 조절할 것을 조언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최우선 안보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북중러-이란 4국의 공조 대응과 같이, 보다 넓은 범위의 안보 프레임을 설정함으로써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을 피하는 방안을 권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관세를 포함한 무역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의 분담액) 문제 등이 정권 초기 한미관계 설정에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의 국방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선제적으로 증액에 나서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에 주는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는 제언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한미간에 긴밀히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북한에 대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한미간에 긴밀히 조율해 제시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있었다.
다음은 각 전문가와의 이메일 인터뷰 내용.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선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후보는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본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한국의 중대한 무역 파트너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미국이 직면한 주적으로 간주하며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행동을 이 후보가 취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트럼프 행정부를 소외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것과, 중국과의 관계 구축을 천천히 진행할 것을 권하고 싶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최근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에서 아시아 동맹들의 국방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후보가 국회에 가서 성능 좋은 무기 시스템 구매를 위해 약 5조 원의 국방 예산을 즉각 증액해 달라고 요청한다면 어떨까 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한미가 '당근'과 '채찍'을 함께 조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작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소개한 새 우라늄농축공장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하에 두기로 한다면 한미는 함께 특정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당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김정은이 그런 조치를 거부하면 한미는 채찍으로 (향후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등이 가능함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 내 핵무기 저장시설을 새롭게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

[앤드루 여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이 후보의 기본 입장은 미국과의 연계보다 더 나은 안보 경로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것은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안보 강화를 위한 실용적인 조치다.
그런데 실용주의는 중국, 북한, 러시아 등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개방성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도 적대국과의 소통에 개방적이기 때문에 이 후보의 실용주의는 트럼프의 거래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중국을 억제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의 역할을 전환하는 것에 이 후보가 저항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매파적 견해는 긴장을 만들거나 동맹의 안보 협력을 약화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도전은 미국과의 무역 협정 협상일 것이다.
그 결과와 동맹간의 부담 공유(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 대한 논의는 이재명 정부 한미 관계의 초기 분위기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양측 모두 무역 전선에서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면 이재명 정부는 동맹과 관련된 다른 이슈를 관리하는 데 여유가 더 생길 것이나 미측이 일방적인 요구를 하거나 양보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는 중국 쪽으로 더 기울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과제는 중국에 대한 한미의 시각차와 대만 해협 등에서 중국의 공세를 억제하는 데 한미동맹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잠재적인 입장 차이다.
한중간의 긴밀한 관계는 아시아의 동맹국들에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비를 증액하라고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문제가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된 정치적 민감성과 한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인정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단지 중국 문제가 아닌 중국-러시아-북한-이란 4국의 연계 등 광범위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역할 확대를 규정지을 수 있다.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 연구위원

[신미국안보센터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금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대미, 대일 레토릭이 크게 바뀌었다.
앞으로 (새 정부를 이끌) 이 후보가 외교안보팀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견고히 할지, 지지자들이 원하는 전통적인 민주당의 외교안보 정책을 펼칠지, 아니면 개인 정치적 업적을 남기기 위한 선택을 그때그때 할지 의문이다.
만약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이 일본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동맹 관계에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한미 양국 대통령이 동맹을 어떻게 이끌고, 지정학적 문제들에 어떻게 함께 대응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
트럼프 1기 때는 그나마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고위 당국자들이 있어서 미국이 일관된 외교안보 정책을 실행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주한미군 감축이 실현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새뮤얼 파파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감축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미 상원 청문회에서 피력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후보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에 뜻을 같이하는 것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 내에 각각 변수가 있지만 두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북한과 언젠가는 대화를 하고 싶어 할 것인데, 문제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아직 미국을 필요로 하지 않고 한국은 더더욱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 능력을 계속 발전시키고 현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준비가 될 때에는 레버리지(지렛대)가 그만큼 더 많아졌을 것이기에 미국이 협상하기가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이다.
jhcho@yna.co.kr, sshluc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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