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전담 기대' 기후에너지부…부처 이기주의 극복이 관건
李대통령 '환경부 기후-산업부 에너지 통합해 신설' 공약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 "기후와 에너지 정책 균형과 집행력 제고 기대"환경·기후 분리, 환경부·산업부 주도권 싸움 우려…"통합적 접근 필요"
이재영
입력 : 2025.06.08 06:01:01
입력 : 2025.06.08 06:01:01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안전치안점검회의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기후위기 현안을 전담할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조만간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이슈인 데다 당장 우리나라에도 실제로 위협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을 안기고 있다.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을 합치는 방식으로 부처가 신설되면 기후 정책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기후 정책과 여타 환경 정책이 분리돼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부처 기능 통합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없지 않다.
◇ 李대통령 '기후위기 콘트롤타워' 강조…"정책 이행 효과 제고에 기여" 이 대통령은 대선 때 환경부 기후 업무와 산업부 에너지 업무를 통합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와 관련된 사회·경제 문제를 푸는 콘트롤타워'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세계적으로 2010년대부터 기후정책 전담 부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12년 '환경에너지부'를 만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비슷한 시기에 기후 부처 신설 논의가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 때도 정부와 당시 여당(국민의힘)에서 '기후환경부'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는 등 여야를 막론하고 기후 부처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돼있어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물론 기존 부처의 어느 영역까지 신설 부처로 이관할지를 두고는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호주를 비롯한 14개국은 기후, 환경, 에너지 업무를 한 부처에서 맡고 있다.
21개국은 현재 한국과 비슷하게 기후·환경을 담당하는 부처와 에너지를 담당하는 부처가 따로 존재한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 나머지 3개국만 환경 담당 부처, 기후·에너지 담당 부처, 산업 담당 부처가 나뉜다.
기후와 에너지 업무를 한 부처에서 맡자는 주장은 온실가스 대부분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서 발생한다는 점에 근거한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7억2천430만t) 가운데 76.2%(5억5천190만t)가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됐다.
'산업공정 및 제품생산' 부문 배출량은 전체의 18.1%(1억3천130만t)를 차지, 에너지와 산업 부문에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94%가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후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부처를 신설하는 것은 기후와 에너지 정책 목표 간 균형 있는 기획과 집행력을 높이고, 정책 이행 효과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덴마크,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모두 맡는 부처를 신설한 4개국을 분석한 결과 기후에너지 부처 신설 후 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이 평균 18%로 부처 신설 전 5년간 감축률(평균 5%)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일본, 미국 등 기존 부처 중 한 곳을 기후 정책 부처로 지정한 3개국은 지정 전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 변화가 사실상 없었다.
◇ '기후外 환경정책 연계 미비·부처 이기주의' 극복 과제…"통합적 접근해야"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대한 우려는 우선 기후 정책과 여타 환경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에너지 분야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슬러지(찌꺼기) 등 유기성 폐자원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사업은 물, 폐기물, 에너지, 기후 분야에 모두 해당하는 사업이다.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해 수소차 충전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수송 분야와도 연관돼있다.
이런 사업의 경우 기후 정책과 여타 환경 정책 담당 부처가 나뉘면 비효율적으로 추진될 여지가 없지 않다.
환경부와 산업부 중 어느 한 부처가 기후에너지부의 주도권을 잡으면 신설 부처가 기존 부처의 '외청'(外廳)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환경부 출신들이 기후에너지부 주도권을 잡으면 '에너지 안보 확보'나 '산업계 에너지 수요 대응' 등은 도외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후에너지부도 환경부와 같은 '규제부처'로 인식되면서 산업계의 정책 수용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
반대로 산업부 출신들이 기후에너지부를 주도하면 산업계 논리에 기후정책이 종속될 수 있다.
산업부는 2023년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2030년까지 산업 부문에서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한계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규정된 '2018년 배출량 대비 14.5%'에 한참 못 미치는 '2018년 배출량 대비 5%'라는 의견을 냈다가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런 산업부 주장에 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이 11.4%로 기존(14.5%)보다 3.1%포인트 하향됐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부를 출범시키면서 범정부 차원의 정책을 총괄할 거버넌스도 같이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지난 20년간 환경부가 기후 정책을 주도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후 정책을 이행할) 수단과 방법이 환경부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 정책이 '환경부 정책'으로 인식되면서 산업부 등 다른 부처가 암암리에 따르지 않거나, 정책 실패 시에도 환경부가 책임지지 않은 구조가 만들어졌다고도 지적했다.
이 소장은 "통합적 접근이 중요하다"며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재난에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은 행정안전부가 하는 등 기후와 관련되지 않은 부처와 분야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에너지부를 만들면서 대통령실 기후수석비서관이나 기후부총리를 신설하거나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강화해 콘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ylee24@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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