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금융권, 매출채권 대출 부진
정책자금도 부족 … 중기 울상
"수출 발목 잡지 않게 확대를"







인도에 K뷰티 제품 유통망을 확보한 A사는 현지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발주가 전년 대비 폭증했다. 설비 증설을 위한 대출을 신청했지만 은행 측은 "미래 예상 매출만으로는 대출이 힘들다"고 거절했다.

물량 계약을 따내고 대금을 회수해 매출로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통에 그사이 제품 생산을 위한 대출을 받고 싶어도 고배를 마시는 중소기업이 많다. 정책자금 지원이 있지만 금액이 부족해 뒷받침이 어렵다.

9일 글로벌 신용보험사 알리안츠트레이드에 따르면 한국에서 납품한 후 대금을 회수하기까지 걸리는 평균 일수는 54일에 달했다. 한국 시장의 외상 거래 관행이 '물 만난'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상 매출채권(외상채권) 담보대출 상품이 있지만 충분한 지원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2022년부터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을 통해 매출채권을 상환청구권 없이 인수해 자금을 공급하고, 구매기업에서 대금을 회수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 중진공은 2022년 109개 중소기업에 3750억원, 2023년 201개사에 675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도 6750억원을 223곳에 지원했다. 기업 한 곳당 지원 금액은 2022년 3억4500만원, 2023년 3억3500만원, 지난해 3억300만원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출채권 회수 전문 스타트업까지 설립됐다. 2019년 창업한 276홀딩스는 '플로우페이'를 통해 원자재 구매 대행, 매출채권 유동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매출채권 보험제도를 강화해 대금 미회수 손실을 보상하고 기업 보상 범위 또한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