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조선시대 김씨가 먹방을 하네

지난달 공개 구글 '비오3' 기반 영상 이어져영상·음향 동시 생성으로 AI 영상 몰입감 강화"AI영상 구분 더욱 어려워질 것"…"비판적 수용 능력 필요"
서윤호

입력 : 2025.06.17 05:50:00


조선시대 인물이 촬영한 듯한 AI 생성 영상
[인스타그램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 조선시대 복식의 남자가 카메라를 보며 영어로 이야기한다.

그 아래로 '안녕하세요.

김씨입니다.

오늘도 비가 오지 않았네요.

그래서 올해 농사는 최악이 될 것 같네요'라는 한글 자막이 달린다.

배경이 바뀌고 남자는 '밥상 위에 별 게 없다'며 식탁을 보여준다.

식탁에는 밥과 김치만 놓여있다.

김씨가 '먹방'을 할 때 침을 삼키며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생생하다.

(인스타그램 계정 'hyp***') 지난달 구글의 동영상 생성 AI 모델 '비오(Veo)3'가 공개된 후 이를 활용한 영상들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AI 영상은 영상과 그에 맞는 소리를 각각 제작한 뒤 결합해야 했지만, 비오3는 풍부한 학습데이터를 바탕으로 입력된 프롬프트와 그에 맞는 소리를 동시에 결합해 제작한다.

AI 기반 영상이 한단계 또 발전한 것이다.

'조선시대 김씨'를 내세운 비오3 영상 중 '조선시대 김씨가 먹방 유튜브를 한다면?' 편은 조회수 100만회를 넘겼고, '조선시대 김씨가 브이로그 유튜브를 한다면?' 편은 조회수 약 50만회와 좋아요 약 1만개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AI인 줄 몰랐을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르다.

5년 뒤면 AI로 영화를 만들어도 실제와 구분가지 않을 듯하다"('83n***') 등의 댓글이 달렸다.



현실에서 한 번 목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연이어 등장하는 영상
[인스타그램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또다른 비오3 영상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 걸까'(인스타그램 계정 'Val***')에서는 궁궐을 돌아다니는 침팬지를 사육사가 잡으러 다니거나, 얼어붙은 강 위를 수많은 고양이가 돌아다니는 모습이 펼쳐진다.

조회수 160만여회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는 'AI 특유의 일그러짐도 없는데 이제 뭘로 AI 구분하나'(qgo***),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지인과 너무 닮아 직접 촬영한 줄 알았다'(nay***) 등의 반응이 달렸다.

모두 불과 몇년 전만해도 기술 전문가들이나 만들 수 있었을 콘텐츠지만 이제는 일반인도 프롬프트 입력과 간단한 후보정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1~2년 전까지도 AI로 생성한 영상은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움직임으로 조롱받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세영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비오3는) 디테일을 재현할 수 있는 음성 합성 기술이 영상제작에 통합된 것"이라며 "인간의 다양한 감각기관을 자극하고 AI영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몰입감을 빠르게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성 충남대 기술교육과 교수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AI로 제작된 이미지조차 부자연스러웠지만 비오3 같은 경우 사람이 등장하면 다소 어색하더라도 풍경 등을 다룬 영상은 거의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3년 후면 기술 발전으로 AI가 제작한 영상 데이터와 인간이 촬영한 영상 데이터를 구분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AI 기술 발전에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AI 콘텐츠 제작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흥미롭지만, 이미 딥페이크가 큰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기술 악용의 위험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대학생 이승환(25) 씨는 17일 "AI 덕분에 누구나 생각만 하던 것을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들은 거리낌 없이 즐겁게 시청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직장인 장모(27) 씨는 "시청자를 속이지 않는 한 AI 영상이 재미 요소로 쓰이는 데는 긍정적이다"라며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정치인이 갑자기 입을 맞추는 AI 영상과 같은 경우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만큼 웃음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원생 김도현(32) 씨는 "전파 예측분석 등 연구 측면에서 AI를 활용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인스타그램·유튜브 등에 퍼진 AI 영상은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시청자가 잘못된 지점을 구분해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해졌다"고 지적했다.

박모(65) 씨는 "AI를 사용하면 영상을 제작하기 편리하겠지만 결과물에서 인간이 가진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AI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인간이 로봇화되고 윤리 감각을 상실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제작자·시청자의 의식 성숙과 함께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AI 제작자는 창작 과정과 편집 여부 등을 명확히 공개함으로써 윤리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가짜뉴스·허위 영상 등이 AI를 통해 정교하게 만들어지는 만큼 시청자도 영상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와 맥락을 확인하는 비판적 수용 능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대한 기본법 제정으로 AI 저작물을 어떻게 생성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숙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합의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youkno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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