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 관세 범위 확대되나…국내 부품업계 이중고 악화 우려

美국제무역청, 대상부품 추가 절차 마련…수출·실적 '먹구름'
홍규빈

입력 : 2025.06.27 10:27:12


수출 기다리는 자동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미국 상무부가 자동차부품 관세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부품업계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완성차 25% 관세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국내 부품업계의 '이중고'가 가중되고 수출 감소와 실적 악화가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할 때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25% 관세를 내야 하는 자동차 부품의 범주에 새로운 부품을 추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생산업체나 관련 협회가 특정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하면 상무부가 60일 내로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앞서 미국 업체들은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상무부가 철강 파생제품 명단에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등을 추가한 전례가 있다.

[그래픽] 미국 트럼프 정부 외국산 자동차부품 관세 발효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김민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기로 한 25% 관세가 3일(현지시간) 공식 발효됐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가진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달 29일 수정된 포고문을 통해 2년간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그렇지 않아도 광범위한 관세 범위로 신음하던 국내 부품업계는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위기에 놓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관세 조치의 대상이 되는 자동차 부품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HTS(국제상품분류체계) 10단위 기준으로 332개 품목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품으로 분류되지 않거나 자동차와 직접적 연관성이 낮은 품목도 다수 관세 범위에 포함돼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엔진, 변속기 등 내연기관차 부품은 물론 배터리, 모터 등 전동화 부품을 포함하고 새시·구동축 부품, 자동차용 전기·전자 부품과 유리·타이어·튜브 등을 광범위하게 포괄한다.

지난 3월 부과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 대상에도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이 일부 포함됐었다.

국내 부품업계는 완성차업계보다 인프라와 인력이 부족해 미국의 관세 조치가 추가로 발표될 때마다 품목 확인과 대응조차도 어려움을 겪는 것도 현실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부품업체들은 미국 현지 공장 설립, 제3국 우회 생산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초기 투자 비용과 인력 확보 등에 애로사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품업계는 중소기업 비중이 약 97%에 달할 만큼 중소기업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관세 영향에 대응하고 버틸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관세 부과 범위가 확대되면 수출 피해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2025 자동차부품산업 박람회에 전시된 부품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자동차부품산업 ESG·탄소중립 박람회에 다양한 종류의 배관 부품들이 전시돼 있다.2025.4.24 ksm7976@yna.co.kr

아울러 관세 범위 확대가 현실화하면 자동차 부품업계의 '관세 이중고'가 가중될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한다.

부품 관세로 비용 증가라는 직접적인 영향뿐 아니라 완성차 수출 감소에 따른 부품 수요 감소, 완성차업체의 단가 하락 압박 등 간접적인 영향권에도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무역협회 부품업계 간담회에서도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을 비롯해 수입자의 관세 부담 전가, 완성차 제조 비용 증가에 따른 수요 위축 등 애로사항이 건의됐다.

부품 관세 부과 첫 달이었던 지난달 이미 수출 실적 악화가 현실화했다는 점은 우려를 키운다.

5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억4천만달러로 32.0% 감소한 가운데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도 8.3% 줄어든 4억3천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부품업계도 미국 관세로 인해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미국 수출 물량감소'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내수 침체 속에서 부품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해줬던 수출이 흔들리는 상황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내수가 주춤하더라도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하며 수익을 방어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수출 자체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자동차 부품 수출 시장으로, 대미 수출 비중은 2020년 29.5%에서 2024년 36.5%로 증가했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82억2천2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래픽] 미국 자동차 부품 수입 품목별 한국 비중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외국산 자동차에 이어 자동차 부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업계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부품 수입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6.4%이며 금액으로는 135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bing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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