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들어가도 돈 벌겠네”…미소 짓는 글로벌 빅테크, 금리인하 수혜주로 각광

문일호 기자(ttr15@mk.co.kr)

입력 : 2025.06.28 06:44:49
중동 휴전에 트럼프 금리인하까지?
글로벌 빅테크 주식들 ‘두근두근’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란·이스라엘 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간 갈등으로 넘어오고 있다. 고금리를 고수하는 파월에 비해 트럼프를 비롯해 금리 인하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에선 중동 전쟁 리스크에 이어 ‘금리 인하’가 주요 재료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이 연준 안팎에서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준에서 통화정책 결정 투표권을 가진 인사 중 가장 매파로 불리는 사람은 미셸 보먼 부의장이다. 여기에 또 다른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까지 합세해 다음달 금리 인하를 지지하고 나섰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트럼프의 요구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연준의 ‘두 마리 매’가 금리 인하로 돌아서자 상황이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금리 인하 관련 수혜주로 ‘스마트 머니’가 옮겨가고 있다. 이런 머니무브의 수혜 업종엔 정보기술(IT)로 무장한 빅테크가 있다. 금리 인하는 빅테크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 빅테크들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 끌어 쓰는 대출도 많다. 대규모 투자는 물론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까지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 방위산업 주식과 에너지주가 불을 뿜을 때 빅테크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빅테크를 참지 못하고 팔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5월 25일~6월 24일)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엔비디아 팰런티어 브로드컴 등 미국 주요 빅테크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에선 오히려 빅테크를 서서히 늘려갈 때라고 조언한다. 그동안 조용히 빅테크들에 대한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올려왔다. 미국 중심의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중국 독일 등 글로벌 IT 기업으로 분산하라는 의견도 빼놓지 않았다. 2분기 실적 호전주를 골고루 담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투자 대안이 되고 있다.

커지는 금리인하 압박에 웃음 짓는 글로벌 빅테크
25일 기준 미국 내 상장된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순위대로 30곳의 각 사 2분기 EPS를 분석해봤다. EPS는 기업의 실적과 주주환원 가능성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지표다. 분자인 순이익은 그 기업이 실제 버는 돈을, 분모인 주식 수 변화는 자사주 소각 정도를 나타낸다. 결국 EPS를 높이려면 이익을 많이 내면서 자사주를 소각하면 된다.

금리 인하로 수혜를 볼 수 있는 IT 기업 중 작년 2분기 대비 EPS가 10% 이상 증가하는 곳은 엔비디아(16.3%) 애플(13.6%) 아마존(12.8%) 구글(20.8%) SAP(11.2%) 알리바바(39.7%) 세일즈포스(30%) 등 7곳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3년(2022~2024년) 주가 암흑기를 지나 올 들어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국 대표 온라인상거래업체는 금리 인하 수혜를 이미 받았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을 대비하고 내수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지난 5월 대출우대금리(LPR)를 내렸다. LPR은 사실상 중국의 기준금리다.

알리바바의 회계 분기는 올해 4~6월을 2026년 1분기라고 표시한다. 해당 분기 예상 EPS는 전년 동기 대비 35.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실적이 뛰는 것은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 행사인 ‘618 행사’가 이번 분기에 포함돼 있고, 당국의 가전·전자기기 구매 보조금 등의 도움이 예상돼서다.

월가에선 최근 빅테크 중 세일즈포스를 ‘적극 매수’ 대상으로 꼽는다. 실적과 인수·합병(M&A) 효과 덕분이다. 지난 1분기 EPS는 월가 투자은행 평균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또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인포매티카’를 80억달러(약 11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하기도 했다.

월가 관계자는 “세일즈포스의 M&A는 AI 전략 강화는 물론 비용 절감에 특별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이 영업·마케팅 솔루션 업체의 EPS는 1년새 무려 76%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재 주가 대비 월가 목표주가까지 남아 있는 상승여력 역시 30%에 달한다.

서학개미들은 SAP를 독일의 ‘삼성전자’로 부를 만큼 시장 지수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SAP의 주가 상승세로 독일 시장 지수도 올해 유럽에서 가장 뜨겁게 타올랐다. AI와 클라우드 사업을 양대 축으로 다른 IT 기업이 흔들릴 때도 실적과 주가를 굳건히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AP의 최근 1년 EPS 성장률은 32.8%로 추정된다.

개별 종목 리스크 대신 관련 ETF로 분산 투자를
구글과 애플은 반독점 소송 리스크로 주가는 물론 실적도 부진하다. 금리 인하로 모든 빅테크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유럽 최고법원 ECJ는 구글이 제기한 41억유로 규모의 반독점 과징금에 대한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권고했다. 패소 위기에 몰리면서 막대한 과징금을 내야 할 판이다.

애플은 검색 엔진 독점 이슈에 걸려 있는 구글 대신에 다른 검색 엔진으로 교체하려 한다. 이 때문에 구글로 부터 받아왔던 막대한 현금을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애플의 4~6월 EPS는 주당 1.43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고작 1.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저도 실적 상승이라기보단 자사주 소각에 따른 효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에 분산 투자하려면 국내 상장 ETF가 대안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AI 서비스 ‘코파일럿’에 물어보니 ‘PLUS 미국AI에이전트’ ETF를 답으로 내놨다. 이날 현재 구성 종목으로 세일즈포스(11.2%) SAP(10.6%) 등을 비중 있게 담고 있다. 국내 상장 ETF이므로 연금저축펀드 등 절세 계좌에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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